오늘은 심의 날이다. 교육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심의란 늘 위원들의 돌발 질문과 주관적 견해가 뒤섞여, 초반에 말리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달랐다. 자료를 너무 넘치게 준비했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마을 주민들과 협력 상생안에 대해 마을회관에서 설명하던 모습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첨부되니, 우리의 계획안에 신뢰가 실리는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그때 축사라고 주장하던 그분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하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나는 노력 없이 얻은 게 단 한 푼도 없는 사람이지만, 열심히 준비하니 하늘이 도와주는 것 같았다.
모든 심의가 그렇듯, 결과는 일주일 뒤에야 알려준다. 그전까지는 현장 분위기만으로 예측할 수밖에 없다. 오늘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으니, 기대는 컸다.
일주일 후 몇 가지 보완사항과 함께, 우리는 힘겹게 심의를 통과했다. 이제 우리에게도 입찰 참가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날 하루는 모두 점심 먹고 바로 퇴근했다. 숨을 고르고, 새로운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다음날부터 우리는 주요 폐교들의 입찰 참여 금액과 낙찰금액을 분석했다. 우리는 경매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상황이 주어지면 결국 다 해낸다.
건축사사무소는 원래 모든 건물을 다 설계한다. 특수시설 같은 경우도 답사를 통해 정보를 취득한다. 주민복지센터, 지구대, 소방서 같은 곳을 찾아가 안내해 주시는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개선할 점을 듣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늘 새로운 일에 최적화되어 왔다. 이번 입찰 준비도 다르지 않았다.
며칠을 입찰에만 매달리다 보니, 사무실은 어느새 입찰 전문회사처럼 변해 있었다. 지역별·면적별로 대지 크기와 건물 크기를 비교하고, 건물별로 비용을 나누며 우리의 최적가를 찾았다. 결국 몇 가지 안으로 좁혀졌고, 그중 하나로 잠정 합의했다.
나는 입찰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문외한이었다. 그래서 절차와 방법을 알기 위해 책을 보고, 유튜브를 찾아가며 공부했다. 이번에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됐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땅만 좇다 늙어 죽는 건 아닐까 싶어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사업계획서를 통과한 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입찰이었다. 심의 날 잠시 스쳤던 얼굴들이 다시 모였다. 어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의 금액을 적어 제출했다.
나는 반드시 이 폐교를 가져오고 싶었다. 검토했던 금액보다 5천만 원을 더 적었다. 2등은 의미가 없다. 1등만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결과는 — 우리가 원하던 그대로였다.
2등보다 1억 가까이 더 써낸 금액이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좋은 곳에 쓰일 돈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래서 그날 자체적으로 며칠 쉬기로 했다. 모두가 고생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의 메타츄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 이제 한걸음 디딘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