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은 현장 실측부터 시작한다. 오래된 건물일수록 도면이 없거나, 있더라도 출력본이라 활용이 어렵다. 결국 직접 현장에 들어가 눈으로 확인하고 실측해야 한다.
나는 현장을 영상으로 먼저 기록한다. 그 영상을 기초로 대략적인 도면을 완성한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가 활용되는 셈이다. 그런 다음 각종 측정 도구를 이용해 치수를 정확히 실측한다. 1차 실측이 마무리되면 도면화하고, 검증을 위해 재실측을 한다. 혹여나 놓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고달픈 과정이지만,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일상이다.
실측은 복잡하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대부분 시공업자만 선정해 줄자로 바닥 면적을 재고, 평당 얼마 방식으로 단가를 산출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추가 공사비를 요구받는 일이 많다. 정확한 실측과 도면은 공사비 분쟁에서 중요한 근거가 된다.
설계란 시공 전에 모든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이다. 비용은 적지 않지만, 추가 공사비나 재시공으로 인한 손실을 감안한다면 결코 큰 부담이 아니다.
리모델링은 구조 보강 설계까지 필요해 설계비가 더 든다. 그래서 철거 후 신축을 선택한다. 비용을 이유로 켜켜이 쌓인 기억과 흔적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메타츄는 새로움에서 시작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어두운 과거를 밝은 미래로 여는 장이자, 그 공간을 여는 시발점이다. 우리는 대안을 고민했지만, 결국 폐교를 택했다. 오랜 시간을 품은 공간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메타츄의 철학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보존을 선택했다.
실측된 도면이 확정되면 이제 우리는 계획을 한다. 각 내외부 공간의 활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카페의 주방은 어디에 둘 것인지, 필요하다면 통창이나 폴딩 창을 설치해 개방감을 높인다. 수많은 상황을 반영한 안을 기초로 문제점을 드러내고, 최종 선별을 위해 몇 가지 유력 안을 3차원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설계란, 이만큼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다.
설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고민이다.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며 최종안을 결정한다.
처음의 개념을 끝까지 고수하며 도면으로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은 중간에서 타협한다. 타협하면 과정은 단순해지고 결과는 빨리 나온다. 그래서 대부분 쉬운 길을 택한다. 결국 개념을 억지로 역으로 짜 맞춘다.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는 순간이다.
우리는 다르다. 이번 프로젝트는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던 내면과의 싸움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