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ep.8 시공사

by Celloglass

계획 안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사비용이다. 계획 안이야 우리 스스로 가능하지만, 공사는 별도로 의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계를 하다 보면, 시공사를 추천해 달라는 건축주들이 많다. 그럼 우리는 시공 능력이 검증된 여러 업체들 중 2~3군데를 선별해 추천드린다. 대부분 건축주들은 그들의 견적 금액만 확인하고 자신이 직접 소개받은 업체에 일을 맡긴다.

시공사를 소개해 드리면 우리에게 소개비라도 받는 줄 아는 모양이다. 그런 건 없다.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그걸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건축주가 직접 업체를 선정한 경우 우리의 통제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 많다. 잘 아는 사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재나 공법을 변경해도 건축주에게만 알리고 우리에게는 통보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늘 공사 진행 과정은 불협화음으로 난장판이 된다. 수억에서 수십억에 이를 수 있는 일을 단순히 말로 결정한 결과다. 모든 근거와 말은 그들에게만 존재하지 설계자나 감리자는 알지 못한다.

늘 건축주는 후회한다. 하지만 이미 바로잡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써버린 후다. 되돌릴 수 없다. 그때서야 건축사를 찾는다. 그리고 하소연한다. 그렇지만 이미 늦었다.


메타츄는 자체 사업이다. 우리는 그런 실수를 많이 봐왔기에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여러 업체에게 우리의 기본 계획안을 보냈다. 그리고 하나둘씩 견적서를 보내왔다.

우리는 각 시공사에 세부 내역서를 첨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각 공정별 항목을 지정해 줬다. 비교가 쉽게 하기 위해서다. 비교는 가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대로 물량을 산출했는지,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지 않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무조건 저렴하다고 좋은 게 아니다. 그 가격이 합당한 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검증이 없으면 추가 공사비 요구로 이어지거나 설계 변경을 요구한다.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공사를 멈추고 철수도 한다. 그 순간에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주변에 현명하고 경험 많은 건축사가 없다면 눈뜨고 코베이기 쉽다. 단순히 전체 공사비의 비교로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잘하는 업체라고 소개를 받았지만, 물량 산출의 오차 범위가 너무 크다. 단가도 천차만별이다. 견적서는 수없이 제출해 봤겠지만 세부 내역서까지 작성해 본 적은 아마 드물 것이다.

우리는 설계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내역 작업을 한다. 이 내역 작업은 건축주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추천해 드린다. 단, 비용을 이유로 거절할 경우 하지는 않는다. 건축사가 권장하는 이유는 추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다. 수많은 공사 현장의 분쟁을 경험했기 때문에 미리 알려드리는 것이다.

시공사 견적을 받을 때, 내역서의 단가를 지우고 견적을 받는다. 우리는 그걸 공내역서라고 부른다. 때로는 내역서를 공개하지 않고 견적을 받기도 한다. 각 상황에 맞춰 전략적으로 결정한다.

이번에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리모델링은 경험에 기초한 작업이다. 경험 없이 참여한 업체라면 결과는 추가 공사비밖에 답이 없다. 그래서 그들의 세부 내역서를 통해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다.

두 군데 업체에서만 자신들의 노하우가 담긴 세부 내역서를 보내왔고, 나머지는 우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래도 실력 있는 시공사가 참여했다는 것에 안도했다.

이제는 내부 검토를 통해 계약 조건과 지급 조건이 명시된 지침서를 제공하고 각자 공사 가능한 금액으로 최종 제안을 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시공사를 결정했다.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고 한다. 그러나 제대로 하면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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