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홍만과 현장에서 바로 보기로 했다. 전화 목소리는 무겁게 들렸고 고민을 많이 한 듯하다. 나는 먼저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마을회관에도 잠시 들러 막걸리를 냉장고에 채워드리고 왔다. 오늘은 그녀의 선택만 남았다.
제시간에 맞춰서 30분 늦게 왔다. 온갖 핑계를 대지만 줄곧 허당끼 있는 모습을 봐왔던 탓에 놀랍지도 않았다. 운동장 한가운데 시소에 앉아 건물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평소와 다르게 진지해졌다. 눈빛도 달라졌다. 난 직감했다. 여장부다운 눈빛이었다. 강홍만도 분명 야망이 있었다.
본인이 직접 맞아서 해보겠단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메타츄에 배추가 빠지면 어떻게 하나. 배추가 빠지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처음 봤던 모습과 두 번째 방문의 모습이 조금 달리 보였나 보다. 이럴 때 마음을 확 잡아야 한다. 이곳은 앞으로 상징적인 공간이 될 거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곳을 지켜야 할 사람은 강홍만, 너밖에 없다고 목에 핏줄을 세워가며 강조했다. 어깨가 자연스럽게 올라간 모습이 낚인 거 확실하다.
이제 앞으로 강홍만은 이곳의 책임자가 될 것이다. 지점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다.
오늘은 배추가 안 왔다. 피곤해서 집에서 잔다나 뭐라나. 늘 자는 게 직업인데 와서 자지. 서운한 마음은 있었으나, 건강을 챙겨야 될 나이라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했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그동안 정리했던 아이디어 메모를 보여주며 이곳의 상징성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이곳이 마을 재생의 모범이 되는 공간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화답해 줬다. 일주일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내심 기분이 좋았다.
대화가 한참 이어지는 그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의 허가가 완료됐다는 것이다. 오늘은 뭐가 돼도 되는 날인가 보다. 오늘 같은 기분 좋은 날만 있길.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는 헤어졌다. 나는 다시 서울로 향했다. 차 안에서 많은 생각이 오버랩됐다. 오래전 내가 꿈으로만 여기던 상상이 이렇게 현실로 실현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6개월간의 짧은 만남으로 헤어졌던 콩이. 콩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터넷에서 만나게 된 배추. 그리고 지금.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콩이를 잊는 데만도 4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면 뒤돌아보기만 했다.
메타츄는 콩이와 배추의 합작품이다. 그 강아지들로부터 영감을 얻었고, 유기견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와 뜻을 같이 해주고 있다. 직원들 역시 무한 열심히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꼭 이뤄내야 된다. 절대 넘어져서도 좌절해서도 안된다.
우리 오픈식에는 그동안 알고 지냈던 모든 강아지들을 초대할 생각이다. 우리만의 축제를 위해.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