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ep.18 일상

by Celloglass

나는 여전히 건축사로서 일을 하고 있다.
건축 일과 별도의 시간을 정해 도시 비평, 건축 관련 글들을 써 나간다.

메타츄는 홍만이의 주도 아래 잘 운영되고 있다.
어제도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왔다는 소식을 라이브로 알게 됐다. 인스타에 목욕 장면이 올라온 걸 보니 하루빨리 보고 싶어졌다.

매출도 제법 나온다. 아르바이트를 몇 명 더 늘려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는 바니 맘과 보리 맘이 파트타임으로 도와주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직원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매일 운동장을 산책하다 보니 정배추의 뒷다리가 튼튼해졌다. 얼굴도 핼쑥해졌다. 건강을 되찾은 것도 좋고, 나무 그늘 아래서 냄새를 맡으며 다니는 모습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제는 처음으로 작가님들이 전시회를 열었다.
1시간 동안 라이브 생중계로 진행됐고, 마을 어르신들도 구경을 오셨다. 오늘 방문한 아이들과 함께 벽화도 그렸고, 보호소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장면도 나왔다. 정배추는 어디서 뒹굴다 왔는지, 새로 구조된 아이로 착각할 만큼 검둥이가 되어 있었다.

2층에 게스트 하우스도 공사 중이다. 이제는 숙박업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우리의 분위기를 최대한 담아 공간을 만들었다. 저렴한 가격에 운영되고, 저녁에는 각자 먹거리를 사 와 함께 나누는 자리도 계획되어 있다.

마을과 연계한 사업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하우스 체험 농장.
시범 운영 기간 중 개구리가 나와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그 또한 유튜브 방송으로 생중계되면서 초등학생들의 명소가 돼버렸다. 어르신들의 생활에 보탬이 돼서 기쁜 일이다.

무엇보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어서 드시는 게 일상이 되셨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카페에 앉아계신 모습이 하나의 풍경이 돼버렸다. 마을 주민들에게 무료 제공하기로 했던 선택이 뿌듯했다.

최근에는 사진작가분도 입주해 마을의 풍경과 우리의 일상을 기록해주고 있다. 다음 주에는 영정사진 촬영과 황혼 결혼식 사진도 찍어주신다고 한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영정사진과 황혼 결혼식 사진은 처음 기획안에 있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이곳까지 와 줄 작가분을 찾지 못했는데, 이렇게 합류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이 모든 평화로운 일상이 이제 메타츄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 듯하다.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면서 말이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 저녁을 먹고 산책을 다녀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글을 쓰던 중, 홍만이에게서 톡이 왔다.

“나 이장 선거 나감.”

강.홍.만.

잘못 보낸 줄 알았다. 너무 뜬금없었다.
그가 마을 이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달력을 들여다봤다. 오늘이 만우절인가.

마.을.이.장.선.거.

고작 30대 후반인 홍만이가 마을 이장이라니.
나는 말렸다. “너 그러다 쓰러진다.”
그러나 내 말을 들을 리 없다. 이미 선참가, 후 통보였다. 에너지가 넘치는 줄은 알았지만, 이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왜 갑자기 마을 이장을 하겠다는 걸까.
그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혹시 꿈이 군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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