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벼농사가 풍년이라더니, 메타츄로 향하는 길가에는 황금물결이 넘실거렸다. 창가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릿결을 스칠 때, 괜히 부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오전 미팅을 마치고 메타츄로 내려가는 길이다. 거의 다다랐을 즈음, 젊은 학생들이 논에서 농사일을 돕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도 이런 청년들이 있다니 놀라웠다. 나는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내려가 물었다.
“지금 제일 필요한 게 뭐예요?”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아요!”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이 고마워, 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나는 홍만이에게 전화를 걸어 학생들 열 명 분량의 ‘아아’를, 얼음을 듬뿍 넣어 큰 통에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직접 차에 싣고 와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저녁에는 메타츄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어줄 테니 일 끝나면 들르라고도 했다. 캠핑장엔 실외 샤워실도 있으니, 이런 날엔 딱이었다.
해 질 녘, 멀리서 학생들이 걸어왔다. 우리는 미리 준비해 둔 음식을 외부 공간에 차려놓았다. 내가 아끼는 브라질 느낌의 원색 타프도 직접 쳤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의식 있는 대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뭐라도 더해주고 싶어, 연신 고기를 구워 날랐다.
학생들에게 오늘 어디서 잘 거냐고 물으니, 마을회관이 비어 있어서 거기서 잔다고 했다. 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말했더니, 모두들 거기서 자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무료로 모든 시설을 개방하기로 했다. 화려한 시설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늦게까지 함께 놀다 보니, 서울로 올라가지 못했다. 결국 트렁크에서 야전침대와 간이 텐트를 꺼내 운동장에 펴고 잤다. 메타츄에서 밤을 보내는 건 처음이었다.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은 줄, 오늘 처음 알았다.
새벽부터 시끄러웠다. 강아지들의 밥 달라고 짖는 소리와 홍만이 특유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매일 새벽마다 애들 밥을 챙겨줬나 보다. 나는 시설만 만들 줄 알았지, 운영을 이렇게 세세하게 들여다보지 못했다. 몇 시에 애들 밥을 주는지도 이제야 알았다.
농활에 참여한 학생들이 하나둘 내려왔다. 아직 20대라 어제 그렇게 먹고 마셨는데도 생생했다.
애들 밥 챙겨주며 분주한 홍만이를 보며, 문득 내 밥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뭐, 당연하다. 애들이 먼저다.
나는 간단히 씻고 메타츄 주변을 정리하며 청소를 도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 서울로 올라가는 것보다, 이 마을을 더 발전시킬 방법을 찾는 게 먼저다.
나는 오늘, 숙제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