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ep.23 귀신의 집

by Celloglass

며칠 전 이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빈집 하나를 매입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곧장 차를 몰고 내려갔다.

풀이 무성해 잘 보이지 않던 곳에, 사람들 사이에선 ‘귀신 나온다’고 불리던 집이 있었다. 강홍만은 그 집을 계약했다는 거였다. 솔직히 꺼림칙했다. 홍만이 손에 들린 낫으로 길을 트자, 나는 뒤꽁무니를 따라 들어갔다. 툇마루에 올라 문을 여는 순간, 삐걱 소리와 함께 문짝이 바닥에 떨어졌다.
“헐—.”
순간 눈이 마주쳤다. 홍만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아마도 이 정도 상태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집주인이 그냥 가져가라 했거나, 헐값에 넘겼음이 분명했다.

다음날 직원들과 함께 다시 내려갔다.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두고, 철거해야 할 부분들을 현장에서 곧장 정리했다. 철거업체를 수배해 일정을 잡았다. 오래된 한옥은 목재가 주요 구조부라, 철거 후 실측과 구조 보강을 진행한다. 철거와 구조 보강이 어긋나면 설계안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붕을 새로 얹었다. 주요 구조부는 보강 후 노출시켰다. 바닥은 모두 드러내려 했으나 툇마루만큼은 아쉬웠다. 살려낼 수 있는 만큼 보존하며 정리하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우리의 민박 1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붕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상량식을 준비했다.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음식을 나누며 술잔을 돌렸다. 반신반의하던 분들도 직접 보니 얼굴빛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대장 할머니께서 흐뭇해하셨다. 처음 강홍만의 이야기를 가장 따뜻하게 들어주셨던 분이었다. 감사했다.

집이 아담해 공사 기간은 한 달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두 달이 걸렸다. 애견 동반 숙소로 쓰기 위해 외부 공사는 직접 자재를 들여다 추가 작업을 했다. 가구와 침구류는 강홍만이 직접 공수해 왔다. 애견 용품들도 한가득 가져와서 비치했다. 모든 건 우리 스스로 채웠다. 그래서인지 더욱 애착이 갔다.

이번 공사 과정은 빠짐없이 기록해 우리만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정리된 매뉴얼이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를 만든다.

그 이후에도 부동산 할아버지를 통해 추가 매입이 이어졌다. 철거와 실측, 매뉴얼에 따른 공정이 반복되면서 일사불란하게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새로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매뉴얼은 업데이트되었고, 기록은 점점 두꺼워졌다. 이것이 곧 우리의 자산이자 역사였다.

민박 1호는 한 달간 가오픈 기간을 가졌다. 애견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시범 운영을 했고, 피드백을 반영해 부족한 부분을 수정했다. 가오픈 기간을 운영해 보면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해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처음 메타츄를 시작했을 때처럼, 우리는 다시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실패한 만큼 성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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