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ep.25 동의

by Celloglass

아침부터 소나기가 쏟아졌다.
“호랑이가 장가를 가나.”
혼잣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홍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에 말했던 ‘메타츄 스트리트’ 구상이 괜찮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장으로서 직접 임장을 해보니 가격도 적당하고, 우리도 확장할 공간이 필요하니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반응이었다. 일단 부동산 할아버지를 통해 매입 가능한 건물을 추려 달라고 부탁했다. 의견이 모이면 현장을 함께 보기로 했다. 나는 곧바로 그 길의 건축물대장과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확인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 거리에 있는 건물을 전부 가져오고 싶었다.

메타츄 스트리트.

말 그대로 ‘거리’를 디자인하고 싶었다. 개별 건물보다 전체 거리를 하나의 풍경으로 묶어내는 작업. 메타츄처럼 최소한으로 최대의 효과만 입히는 방식으로.

외벽은 말끔히 정리하고 건물과 건물을 이어 연결한다. 기존 형태는 살리되 창호는 교체해 답답함을 덜고, 통창을 통해 개방감을 확보한다.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최대한 살린다. 내부는 깨끗이 비우고, 건물끼리는 통로를 설치해 하나의 건물처럼 이어 줄 생각이다.

저번에 눈여겨봤던 방앗간은 이 거리에 남은 보물이 될 것이다. 쌀을 빻던 기계와 집기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뒷마당에는 절구도 있었다. 내부는 새로 단장하되, 이 집기들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새 건물을 짓는 게 목적이 아니다. 시간을 입힌 건물을 되살려내는 것이 목표다.

안에 들어갈 프로그램도 원칙이 있다. 접근성이 낮은 곳에는 메타츄에 있던 화실과 사진관을 옮기고, 접근성이 좋은 곳은 촌스러움을 현대식 감각으로 포장해 카페와 베이커리, 농산물 직거래장을 배치한다. 화려하지 않은, 그러나 확실한 라인업이다.

의류 코너도 계획했다. 전주 한옥마을이나 경복궁에서는 한복을 빌려 입고 인생 네 컷을 찍지만, 우리는 몸베바지와 할머니 조끼를 입고 흑백사진을 손수 인화해 주는 방식을 제안한다. 인스타에서 맞붙어도 절대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들의 감성에 우리만의 갬성으로 응답할 것이다.

나머지 공간은 우리의 색과 아이템으로 천천히 채워갈 것이다. 지역 농민들의 농산물만으로도 풍성한 구성을 만들 수 있고, 이 자체가 또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결국 중요한 건 초심이다. 메타츄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분명히 브랜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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