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ep.26 정신

by Celloglass

우리는 맨 끝 건물 몇 개를 제외하고는 매입을 결정했다. 나머지 건물들은 주인과 직접 연락이 닿지 않아 매입을 못했을 뿐, 언젠가는 하나의 건물이 되길 희망한다.

매입을 결정했지만 살림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페인트칠, 집기 배치, 청소까지 모두 우리 손으로 해야 했다. 주요 구조부를 철거하는 게 아니라 청소에 가까운 철거였기에 직접 하는 것만으로도 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은 민박 때와 마찬가지로 철거가 중요했다. 우리가 간직하고 싶었던 부분이 잘못 철거되면 계획 전체를 변경해야 될 수도 있다.

사무실 직원들도 함께 나섰다. 2~3주면 끝날 줄 알았던 작업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단층 소규모 건물이라 구조 보강은 필요 없었지만, 벽돌로 지어진 곳 중 일부는 보수 작업이 뒤따랐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천장을 뜯어내는 과정이었다. 자재가 떨어지고 먼지가 날려서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내부의 폐기물을 모두 치우고 나니 건물은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개방감을 살리고 싶어 일부 벽을 철거하고 통창을 설치했다. 붕괴 우려가 있는 부분은 철판으로 보강한 뒤 창을 달았다. 바닥은 우레탄 작업 대신 노출 콘크리트를 주장해 그대로 두었다. 건물과 건물을 잇는 통로는 철판을 용접해 구조 역할을 겸하게 했다. 집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리모델링은 새로움보다 ‘정리’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신축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정리를 통해 본래의 모습을 보존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도 있다. 정리만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공사비를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철거를 선택한다. 하지만 공사비가 많이 드는 작업이 아니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일 뿐이다. 노력이 더해진 만큼 그 가치도 크다고 믿는다.

주변 정리가 끝나고 건물과 건물 사이 길 위에 서서 바라봤다. 겉보기에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낡고 오래된 시골 풍경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러면 잘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건물은 단순히 비·바람·추위를 막아주는 공간일 뿐,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집이 어떻게 사람보다 중요할 수 있겠는가.

한쪽에서는 버려진 물건들을 닦아내고 있었다. 진짜 주인공은 건물보다 이 물건들이었다. 오랜 세월 제 역할을 다했지만 낡고 오래됐다는 이유로 방치되고 버려진 것들. 늙고 병든 아이들이 버려지듯, 그렇게 외면당했던 물건들이었다. 그래서 더 살리고 싶었고, 제자리를 찾아주고 싶었다.

바로 그게 메타츄의 시작이고 정신이다.

어느덧 메타츄는 내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고,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모든 정신이 메타츄로부터 나왔고, 메타츄로 결정이 됐다. 우리의 모든 순간이 선택이 그래왔다.

이 공간도 그렇게 재탄생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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