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신 ep.24 밭 위의 갤러리

by Celloglass

아침 일찍 창고로 가 내외관을 다시 확인했다. 외벽은 시멘트 블록에 흰색 페인트칠이 돼 있었고, 지붕은 철재 트러스에 슬레이트 지붕이 얹어져 있었다.


이곳은 외벽만 남기고 모두 철거 대상이다. 대신 슬레이트는 함부로 철거할 수가 없으니 군청에 신고하고 석면 철거 감리자 입회하에 철거를 해야 한다.


슬레이트 지붕 철거를 제외하고 모두 우리의 힘으로 철거를 했다. 외벽의 철문과 창들이 예스러움이 마음에 들어 존치하기로 했다. 지붕 철거가 완료되면 내부에 철골로 보강해 기둥과 보, 그리고 철골 트러스를 설치할 생각이다. 지붕재는 단파론(Panotron)이라는 독일산 불투명 소재의 제품을 설치해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일부 구간만 설치할 것이다. 전체를 다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고지대의 특성상 돌풍에 의한 파손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제는 예비역들이 나설 차례다. 이들은 과거 골목길의 그라피티로 활력을 불어넣었던 아티스트들 아니었나. 실력 발휘를 나설 차례다. 그들이 외벽 그라피티로 힙한 작업을 하는 동안 내부에서는 단열을 보강하는 작업을 추가로 진행해 건물을 완성했다. 바닥은 특별한 마감을 하지 않았다. 난 그냥 시멘트 바닥 느낌 자체가 좋았다. 물청소도 가능하고 유지 관리에 편리함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에폭시로 한 겹 올리는 작업 자체는 내 느낌에 맞지 않았다.


기본적인 작업들은 완성됐다. 두 동의 건물 중 한 동은 전통 방식의 장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식 주방이 된다. 다른 한 동은 카페와 갤러리를 운영할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주식으로 자리 잡은 커피와 지역 특산물을 접목한 음료를 제공할 생각이다. 일명 욕쟁이 할매 커피다. 그냥 해본 소리다.


추후에 고랭지 기후를 활용해 경작이 이뤄지지 않는 밭에 아라비카 나무를 키워볼 생각이다. 한겨울을 대비해 하우스 형태로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다.


우리에겐 천혜의 자연과 고랭지 기후, 그리고 넓은 빈 땅이 있다. 할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땅도 많다. 골목길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한 작가들과 유튜버들의 그라피티 작업을 첫 전시로 개최할 생각이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새로운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재탄생될 것이라 자신한다.


식당을 맡기로 한 청년은 새롭게 시작하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우리는 모든 물적·양적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식당동은 할머니의 존함을 본떠 김춘녀 부뚜막으로 정했다. 난 촌스럽다고 생각지 않는다. 너무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키친이냐 주방이냐도 경쟁이 있었지만, 부뚜막이 이 장소와 어울린다는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이곳에서 청년과 할머니는 매일 장 담그는 법부터 지역 음식법에 대한 전수를 받기로 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전수를 받는 시간과 본인이 재해석한 음식 개발 연구에 투자하기로 했다.


누가 보든 촌스러운 공간, 평범한 시골 마을이 젊은 이들과 마을 어르신들의 힘을 합쳐 새롭게 해석되고 실현되는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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