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신 ep.29 마을 회관

by Celloglass

우리 협동조합은 큰돈은 못 벌지만 안정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도 생활비 이상은 꾸준히 벌 수 있어 어르신들의 얼굴이 한결 환해지셨다.


마을 재생 프로그램은 거창한 게 없었다. 이미 있던 것들을 다시 살려내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해 활력을 불어넣었을 뿐이다. 앞으로 아라비카 나무 재배가 성공한다면 더 풍요로운 마을이 될 것이다.


비가 샌다. 마을 회관 지붕에서 새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밥만 얻어먹고 일하느라 우리의 아지트가 새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어르신들 말씀으로는 몇 달째 그랬다고 한다.


이런…


이번 기회에 이곳도 증축을 하시죠. 나는 수직 증축이 아닌 수평 증축을 제안드렸다. 무릎이 약해진 어르신들께는 계단이 힘들다. 좌식 생활도 입식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더 들어오고 사업이 커진다면, 모일 공간도 넓어져야 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큰일이라고 하면 불안해하신다.


“제 직업이 건축사 아닙니까. 집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협동조합 자금에 정부 지원금을 더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장님은 정부 보조금을 도와주시기로 했고, 나는 설계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단층 건물 일부를 넓히는 작업이라 어렵지 않았다. 새는 지붕은 경사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얹어 덮기로 했다. 빗물과 전기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구 건물은 할아버지방과 할머니방을 터서 하나로 쓰고, 신 건물에는 주방과 할머니방을 꾸몄다. 거실에는 넉넉히 앉을 수 있는 소파를 두고, 식당은 모두 모여 앉을 수 있는 식탁으로 채웠다.


소식이 퍼지자 읍내 가전매장에서 50인치 스마트 TV 두 대를 기증해 주었고, 전등과 도배·장판은 시장 인테리어 사장님이 무상으로 도와주셨다. 사실 민박 공사 때마다 함께했던 분들이다. 우리가 큰 매출을 올려드린 것도 아닌데, 선의의 손길은 늘 큰손들만 계신 모양이다.


이장님의 노력으로 긴급 지원금을 우선 수령할 수 있었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마을 회관을 증축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이렇게 어르신들만 고립되어 살던,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던 마을을 사람들로 북적이게 만들었다.


이 모든 힘은 돈의 논리가 아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한 뜻으로 이뤄냈고, 그렇게 지켜냈다.


있는 것을 활용해 새로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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