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셀셔스 Aug 22. 2023

모든 수험 생활의 목표는 최단기간 합격

공무원, 공인중개사, 의학전문대학원, 한국사 등 다 시험 보고 말해 봄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많은 시험을 치게 되지만, 나는 미국 유학을 오기까지 진로에 있어 방황을 많이 했기에 다양한 종류의 시험을 쳐 봤다. 고졸 검정고시를 쳤고, 대학에 가기 위한 수능도 보았다. 그런데 대학 입학 후, 행정고시도 얼쩡 댔고, 행정고시를 치려면 한국사 검정 시험 점수가 있어야 하니, 한국사 시험도 보았다. 의학전문대학원 시험도 3-4개월 정도 준비했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가려면 토익이나 텝스 영어 점수가 있어야 해서 영어 시험공부를 하게 되었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어 공인중개사 시험을 쳐보러 가기도 했다. 방송통신대학교도 다니다 그만뒀다. 그리고 미국 유학을 오려고 또 다른 두 종류의 영어 시험을 준비했어야 했다. 실패와 성공이 뒤섞인 이런 수험 생활을 통해 깨달은 바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어떤 시험이든 시험에 뛰어들기 전에 합격생의 평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기본이다.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나온다. 가장 편한 방법은 해당 시험 준비 학원 사이트에 접속하면 학생들의 수험 후기를 읽어보는 것이다. 최소 4-5개 정도의 수험생 후기를 찾아보면 대충 윤곽이 잡힌다. 


수험 후기를 살펴볼 때 포인트

총 수험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합격생의 스펙이 어떻게 되는지

내가 이 사람만큼 공부할 시간과 여건이 되는지?

내가 이 사람만큼 열심히 할 수 있는지?

더불어 합격생들의 공부 방법을 보고, 나만의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객관화는 수험 생활의 첫 단계

지금은 (거의) 사라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에 수험생의 출신 대학교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수련을 해야 하고 위계질서도 있는 의료계 특성상, 나이도 입시에 영향을 끼쳤던 요소 중 하나다. 이 두 가지 요소는 내가 바꿀 수가 없는 요소이다. 대학은 이미 졸업했고 학점도 정해져 있으며 나이는 내가 먹기 싫다고 안 먹는 게 아니다. 수험 생활 도입 시 냉정하게 생각을 해봐야 한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요소를 나의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가?  로스쿨이나 과거의 의전원 같은 시험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요소가 많은 영향을 끼친다. 반면 공무원 시험이나 대학 입학 정시(수능)는 이런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서른 살에 의학전문대학원 준비를 결심할 때 나를 객관적으로 따져봤다. 


의학전문대학원: 내가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엄청 많은 건 아니니 괜찮을 것. 탑 스쿨은 SKY 출신을 선호하니 힘들 것, 연구 실적은 오케이. 지방 의대는 MEET 시험(의학교육입문검사)를 평균 이상으로 보면 가능한 것으로 보임. 

의대 편입: 나이가 많고 학벌 때문에 어려울 것. 


물론 이건 그냥 나의 추측일 뿐이다. 그래서 학원 무료 상담도 받아보고 합격자가 있으면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상대로 스펙 위주로 보는 의전원에서 서류전형까지는 합격했다. 다만 MEET 시험 점수를 기대 점수를 맞추지 못해서 떨어졌다. 그 후로 의대 편입 시험을 치기도 했지만, 의대 편입은 평균 합격자를 비춰봤을 때 나의 합격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역시 고배를 마셨다.


한편, 앞 뒤 안재고 무조건 뛰어들어야 하는 시험들도 있다. 가령, 대학교 졸업 요건이 토익 700점 이상인데 내 현재 점수는 내 신발사이즈다? 대학 졸업을 해야 하니, 하기 싫어도, 내 실력이 지금 밑바닥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나와 비슷한 성적에서 수직 상승한 수험생의 후기를 찾아보고 참고해서 공부를 하면 좋다. 



간절하지 않다면 손절도 전략이다. 

공무원 시험은 예전보다는 좀 인기가 시들하지만 여전히 인기가 있다. 학벌과 나이에 있어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내 대학 전공에 별 애정이 없던 나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이 하고 싶었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학벌과 경력이 무관한 행정고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 손을 대기 시작했다. 주로 스카이 대학 출신들이었던 합격생들 후기를 읽어보니 본 게임인 2차 시험을 위해서만 순수 공부하는 고시생으로 기본 2년을 잡아야 했다. 대학을 다니며 알바까지 하면서 2차 수험생활은 힘들 것이라고 판단이 들었다. 행정고시의 1차 관문은 PSAT인데 후기들을 찾아보니 이 이 1차 시험은 2차 공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단 1차를 통과하면 2차를 고려해 보기로 했다. 겨울 방학 동안 두 해에 걸쳐 각각 2-3개월 정도를 준비를 했다. 매년 1월에 있는 시험을 두번을 쳤는데, 볼 때마다 점수는 초전 박살이었다. 특히 자료해석영역 성적을 보니 수학에 취약한 내가 여기에 온전한 시간을 쏟고 피나는 연습을 해야 겨우겨우 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차가 본 게임인데 예선전부터 이렇게 힘들다면? 


나의 행정 고시 포기 체크리스트


1.시험 합격에 있어서 내가 바꿀 수 없는 요소가 있는가? No

 그런 요소가 있다면 이 요소가 나의 노력(시험 성적)으로 극복 가능한가? 해당 없음. 


2. 수험 생활의 평균기간은? 아무리 빨리 붙어도 2년. 


3. 내 시험 적성이 이 시험에 뛰어들 만 한가?

1차가 내 공부 적성에 안 맞기 때문에, 최소 1년은 1차 공부에 쏟아부어야 한다.  대학 전공은 2차와 아무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2차에도 최소 2년 이상의 시간과 학원비, 그리고 생활비를 쏟아 부어야 한다. 합치면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들 것이다. 


4. 우리 집이 수년간의 나의 전업 수험생활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가?  답: No


5. 직장생활과 고시 준비가 병행이 가능한가? 답: No


6. 내가 모든 것을 희생하여 얻고 싶을 정도로 이 시험의 합격이 간절한가? 답: No


무엇보다 마지막 질문이 중요하다. 마지막 질문에서 No가 나온다면 수험 생활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간절한 사람은 막노동을 하면서 서울대도 가고 변호사도 된다. 


나는 이미 호구지책(糊口之策)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해서 할 정도로 행정고시에 간절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 유학을 준비할 땐 더 이상 20대가 아니고 30대 초반에 이미 헤맬 만큼 헤맸고 내가 진로를 바꿀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간절했다. 간절함은 주변에서 하는 안 된다는 소리도 다 한 귀로 흘리게 한다. 처음 유학 준비를 할 때 유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제 스펙으로 하버드 대학원 될까요?” 상담원은 안될 것 같다고 하며 영미권의 한 명문대 교수가 자기소개서를 도와준다는 500만 원짜리 유학원 프로그램을 권했다. 


유학원 문을 나서며 그들이 말하는 대로 떨어져도 상관없고 무조건 도전이라도 해 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기도 이천에서 새벽 네시에 1시간 기차를 타고 서울에 있는 영어학원에 가서 1시간 수업을 듣고 다시 1시간 기차를 타고 돌아와 9시에 출근했다. 나 같은 잠이 많은 잠만보를 새벽 4시에 일어나게 하는 것은 이거 아니면 정말 안 되겠다는 간절함이었다.  


간절함의 이유가 꼭 고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먹고 살 방도가 이거 외엔 없다, 사회적으로 멋져 보이는 직업이 갖고 싶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지인 A씨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도 갖고 싶었고, 돈도 많이 벌고 싶어서 회계사 시험에 뛰어들었는데, 5년 동안 수험 생활을 해서 34살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마지막 해에 만약 이번에 실패하면 부모님이 농사짓는 시골로 내려갈 각오로 정말 온 힘을 다해 골수까지 짜내서 공부했고 결국 합격했다고 한다. 


1개만 더 맞으면 합격이었는데...

B 씨는 경찰 공무원 시험을 5년간 준비하다 결국 그만뒀다. 매년 합격자 발표를 하면 “1개만 더 맞았으면 합격했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1개 때문에 미련을 못 버리고 다음 해에 또 공부를 한다. 


“1개 때문에 올해 떨어졌으니 다음 해에는 1개만 더 맞추면 붙겠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공무원 시험 같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박 터지는 경쟁을 하는 경우 1등으로 붙을 생각, 만점 맞을 생각을 해야 붙을락 말락 하다. 안타깝게도 단군 할아버지께서 천연자원이 없고 땅이 좁은 곳에 터를 잡으셔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경쟁이 참 녹록하지가 않다. 


청춘은 돌아오지 않는다. 

C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7년 동안 전업으로 고시 공부를 했다. 결국 7년간의 수험 생활 끝에 어느새 나이는 30대 중반이 되어버렸다. 경력이 없으니 취직도 어려워졌다. 다행인 것은 C 씨의 부모님이 부유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나는 실패자’라는 것이 각인되어 시험 포기 후 그 어느 것에도 의욕이 나지 않고 마음이 헛헛하니 음주가무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C 씨처럼 집이 부유하지 않으니 시간과 돈만 날리고 불합격하면 큰일이다. 



수험 생활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기 전에, 특히 경제적 여건이 어렵다면, 수험 생활 입구에서 내가 발을 디딜만한 곳인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일단 발을 들였으면 무조건 간절함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고루하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사람이 최선을 다한 후에는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삼국지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이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어찌 되든 후회가 없다.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은메달을 따고 기쁜 미소를 보였다. 감히 추측건대 메달의 색깔은 그녀에게 상관없었을 것이다. 모든 걸 남김없이 쏟아부었을 것이기 때문에. 


정말 먹고 살 길이 없으면, 혹은 이 길이 아니면 내 남은 인생이 너무 불행할 거 같다면 간절함을 갖고 최선을 다해 무조건 붙으시길. 저처럼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건들며 시간 낭비하지 마시길. 소중한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 시험 영어 정복기 - 영어 단어 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