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반려견이 된 강아지 이브야 고마웠어.
2001.10.15 - 2016.07.09. 09:09pm
나의 오랜 반려견 이브를 보내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담아둔 이야기를 적어냈다.
두서없고, 낯간지러운 이야기 일 수 있다.
직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동물은 간사하다
직감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예상하면서도 피하고싶고 피하러 노력하고, 그 순간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미련하도록 소흘하고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브를 보내기 전 우리는 하루에 몇번은 생각정도는 해봤을것이고, 그 전에 무엇을 해줄지 어떻게 대해줄지 리스트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을것이다. 적어도 나는 집에가면 이브와시간을 보내주고 산책을 해주고 간식을 더 맛있고 건강한것으로 해줘야지 더 사랑해줘야지 하며 애정을 줄것을 다짐하며 간다. 물론 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귀찮고 가끔은 내가우선으로 작용하면서 그런것들이 뒷전이 될 때가 있다. 그래도 내가 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야박한 여유가 있는것은 나니까. 표면적으로는 그러하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는 객지에서 돌아온 쉴 수 있는 가족원 이었기에 가능했다.
이브를 보내는날 사실 어두운 슬픔이 느껴졌고, 그런 행동을 하는 이브를 발견할때마다 나는 다가오는 현실에서 이브를 떼어냈다. 너무 피곤하고 졸렸지만 중간중간 깼다. 하지만 그 잠든시간에 보지못한것이 후회가 된다. 그깟잠..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고, 이브의 얕은 울음소리와 작은 신음, 그리고 희미한 심장소리와 숨소리는 서서히 꺼져갔고, 점점 굳어가는 다리를 붙잡으며 그냥 눈물이흘렀다. 그전에는 울지못했다. 깊이 슬퍼하는 동생과 엄마를 두고 나는 큰딸이었고 언니였다. 잡아줄사람이 필요했고 그게 나였다. 집의 아들과도 같다던 나는 그래도 강인해야했고, 달래줘야 할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혼자 살아가야할 곳으로 가는길에 울기 시작한다.
꽃을 심고, 가족이 웃는 소리를 들려주고 이브를 저녁이되어서야 보내줬다.땅으로 돌아간 이브는 아마 바깥을 좋아했으니 따뜻하겠지..?
굳어버린 이브에게 예쁘게 관을 만들어주고 꽃을 함께 장식해주고 아마 생애 가장 예쁜 잠자리가 아닐까 생각든다. 비록 그 부드럽던 발바닥과 귀까지 모두 차가운 나무처럼 굳어버렸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꽃잎과 같았다. 감지못하는 두눈은 동물에게는 원래 라고 한다. 위안이되는 말이 그래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한켠에는 이브만은 아니길.. 하며 티비에 나오는 고령견들을 보며 이브도 그 중 하나이길 바랬던 욕심을 떠올렸다. 강아지나이로 열다섯, 사람나이로 약 100살이었던 이브. 아픈곳 하나 없었고, 가족 각자에게 다른 애정을 받으며 보호받고 그보다 큰 웃음과 사랑을 주었다. 나역시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슬픔이나 치욕, 혹은 기쁨을 이브와 나누었고, 흐르는 눈물을 핥아주며 위로를 해주었다. 나는 '고작' 씻겨주고 먹을것을 주며,내 시간의 일부에 이브에게 눈빛을 보냈으며 놀아주었을 뿐 이었다. 누구는 나를 보고 잘해줬다,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주었다 한다. 하지만 평생 우리만을 바라보고 한집에서 살다 간 이브에게 비하면 '과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처음에는 이브를 무서워했다. 강아지를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브로 인해서 나는 강아지를 사랑하게되었고, 용기가 생겼다. 그러고보니 받은것이 참 많다. 또, 이브와 함께 살던 집에는 사소한 습관들이 베어있었다. 화장실 문은 닫아두지 말기, 물통 체크하기, 과자먹을때는 눈치보기, 낮은상에서 음식먹을때는 긴장하기, 긴 여행에는 이브를 꼭 데려가기, 빈집에 둘때는 음악을 틀어주기 등 굳이 의논하거나 생각하지않아도 떠오르는 자석과 같은 습관들. 집을 떠나오는 오늘도 나는 물을 마시다가 닫혀있는 화장실 문을 보며 열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참아왔던 슬픔과 빈자리를 차갑게 느끼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떼기가 무거웠다. 하지만 나는 살아가야하는 인간이고, 이브는 영원히 기억할 것 이기에 떠나왔다.
이번주에는 집근처 성당을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고백할 것이 있다. 사죄에 가까운 고백이며, 이것은 인간의 허세와 욕심, 일회성 감정에 관련된 것 이다. 이브가 죽어가는순간, 떠난후에도 보여지는 것에 대한 생각, 나의 행동에 관한 이유를 변명할 생각. 내 스스로 가장 싫게 느껴진 감정이었고, 사죄하려 한다. 그리고 이브를 기억하며 유기견들을 위한 봉사를 다녀보려한다. 마음을 굳게먹고..!
오늘 밤이 지나면 내가 버려야 할 것은
오만, 안일함, 망각, 그리고 허세.
낮은 인간의 마음으로 모든것을 대하며, 그러한 자세로 나를 살아야 겠다.
이브와 함께 한 15년의 세월은 나를 좀 더 성숙하게 할 것 같다. 어른스러워지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만.. 새로운 다짐을 하며 이브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생각보다 큰 고마움에 감사하고 미안해하며 이브를 기억하겠다.
사랑해 이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