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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년의 영화 Oct 21. 2022

과거로부터의 찬란한 복귀 비행

<탑 건: 매버릭>, 조셉 코신스키 (2022) 단평

 : 매버릭 (2022)

감독: 조셉 코신스키

제작: 제리 브룩하이머 

출연:  크루즈, 마일스 텔러, 제니퍼 코넬리 

별점: 4.5/5

최고의 파일럿이자 전설적인 인물 매버릭( 크루즈) 자신이 졸업한 훈련학교 교관으로 발탁된다. 그의 명성을 모르던 팀원들은 매버릭의 지시를 무시하지만 실전을 방불케 하는 상공 훈련에서 눈으로 봐도 믿기 힘든 전설적인 조종 실력에 모두가 압도된다.매버릭의 지휘 아래 견고한 팀워크를 쌓아가던 팀원들에게 국경을 뛰어넘는 위험한 임무가 주어지자 매버릭은 자신이 가르친 동료들과 함께 마지막이 될지 모를 하늘  비행에 나서는데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늙고 기계는 낡는다. 시간은 흐르고 시대정신은 변한다. 새파란 20대에서 어느덧 퇴역을 앞둔 중년이  매버릭처럼, 미그기를  대나 격추한 신세대 전투기에서 어느덧 고철 덩어리가  F-14/A처럼, 36년의 간극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고 그때의  것은 이제 낡고 병든  취급받을 뿐이다. 그러나 < : 매버릭> 이처럼 빠르게 변화한 세계에서 늙고 낡아버렸음에도 여전히  말이 남아있는 이들의 선언이다.  선언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서부극의 문법을 빌려 전했던 낙관론보다는 세련되었고 디즈니와 산하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세대교체보다는 고전적이다.   가지 확실하게 말할  있는 것은, 매버릭은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눈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미지 속의 미래로.  미래는 어쩌면 과거의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불친절할지도 모른다. 오래된 것을 죄처럼 취급하며  것으로의 명예롭지 않은 대체를 당연하다는 듯이 주장할지도 모른다. 드론이 파일럿의 역할을 집어삼키는 대체, CG 스턴트를 집어삼키는 대체,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집어삼키는 대체, 그리고 OTT 시네마를 집어삼키는 바로 이런 대체 말이다.

< : 매버릭>  모든 대체가 다분히 문제적임을 지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드론 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파일럿이 필요한지, CG 기술이 있음에도  인간이 스턴트를 해야 하는지, 디지털의 시대에  여전히 아날로그가 사용되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OTT 크게 흥행하는 시대에  우리는 극장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답한다. 또한 언젠가 기존의 기술은 결국 낡은 것이 되어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질 거라는 비관론에 매버릭의 입을 빌려 당당히 외친다. 그게 "적어도 오늘은 아닐 "라고.

1986 공개된 < >에서 드러난 80년대의 시대정신은 '불황을 격퇴시킬 희망'이었다. 영화 속에서 베트남전의 쓰디쓴 실패와 경제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희망은 세련된 액션의 호쾌함과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출중한 능력의 파일럿들에게 있었다. 대중들은 영화의 오락성에 즐거워했고 제작을 지원했던  국방부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PR하는데 성공했다. 말하자면 < > 성공한 기획 영화의 표본이었다.

문제는 영화가 드러내고자  희망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프로파간다적이고 기술 만능론적이라는 거였다. 이는 영화의 대흥행에도 불구하고 < > 대한 비평가들의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졌다는 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영화는 미국이란 국가가 언제나 올바른 길을  것이며, 미사일과 같은 기술 발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조종하는 '미군' 파일럿의 선의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낙관을 안고 나아갔다. 이는 물론 상업 영화에 있어 대중적 지지를 얻기 좋은 주제일지는 모르나 비평적 특이점을 가져오기에는 무리인 부분이 컸다. 말하건대 < > 시대사적 의의를 가진 영화이기는 했으나 영화 자체의 완성도로 따지자면 그저 미군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고자 하는  빠진 액션의 밀리터리 영화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36년만에 공개된 < > 후속편인 이번 작품이 가지는 의의는 생각보다  지대하다.  누구의 예상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영화가 스타일, 내러티브, 애티튜드라는 모든 면에서 전작을 크게 뛰어넘는 수작으로 완성된 탓이다. 특히 전작이 효과적으로 전달해내지 못한 주제의식이라는 측면에서 < : 매버릭> 크게 진보한 모습을 보였다. 36년의 시간 동안 변화한 세계를 그대로 스크린 속에 끌고 오면서 영화는 전작이 말하고자 했던 바가 지나치게 나이브했다는 사실을 구태여 숨기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매버릭이나 아이스맨을 비롯한 기존 등장인물들은 이미 자신들은 늙은 이가 되어 버렸으며 언젠가는 비켜줘야  때가, 놓아줘야  때가  것임을 누구보다도  알고 있다. 영화는 그런 '늙은' 매버릭을 위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비행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쉼없이 달려나간다.  과정에서 올드 팬들은 물론이고 늙고 낡아버린 과거의  유산들에게도 경의와 추억을 전한다.

전작 < > 80년대라는 특수성에 갇혀 효과적으로 전하지 못했던 희망이라는 주제의식은 신과 구가 충돌하며 보편성이  특수성이  20년대의 시대정신에 따라 오히려 이번 작품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아직 떨쳐내지 못한 과거의 실책에 고민하던 매버릭은 여전히 자신을 불러주는 이가 있는 현재로 복귀해야 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누군가와는 작별을 고하고 누군가와는 다시금 함께해야 한다. , 이번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2020년대의 시대정신이란 다름아닌 보내줄 것은 보내주되 물려받을 것은 적극적으로 물려받는, 과거와 현재의 합일인 것이다. 희망은 무조건적인 선의나 기술의 발전이 아닌 이러한  것과  것의 화해에서 출발하게 된다. 영화는  지점을 매버릭의 신들린 비행 솜씨만큼이나 예리하게 그려낸다.

이처럼 전작의 주제의식을 시대성에 맞춰 보다 확장시켜내면서 여전히 공고한 자신만의 스타일까지 증명해낸 <탑 건: 매버릭>은 올해 최고의 액션 영화로 자리매김했음은 물론이고 올해 최고의 영화 반열에 들기에도 충분했다. 최고의 액션 스타이자 스턴트맨으로서 톰 크루즈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을지도 모를 작품을 갱신해냈으며, CG의 시대에 맨몸 액션의 마지막 수호자 중 한 명으로써 '늙었음에도 여전히 쓸모있는' 자신을 또 한 번 증명해내는데 성공했다. 올해 칸 영화제 공로상의 수상자로 그가 지명된 것은 단순히 과거의 명예 때문이 아니다. 그는 4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스스로를 갈고 닦은 영화계의 '장인'이며, 가히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뻔한 칭호를 붙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영화 팬으로서 그가 현역의 위치에서 여전히 뛰고 있는 오늘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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