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년의 영화 Oct 26. 2022

누군가의 비극이 다른 이들의 희망이 되는 순간

<맥베스의 비극>, 조엘 코엔 (2021) 단평

맥베스의 비극 (2021)

감독: 조엘 코엔

출연: 덴젤 워싱턴, 프란시스 맥도먼드, 코리 호킨스 

별점: 4/5

셰익스피어의 4 비극 가운데 <맥베스> 영화로 각색한 작품이다. 형제 감독으로 유명한 코엔 형제 조엘 코엔의  단독 데뷔작. 살인, 광기, 야망, 잔혹한 음모로 얽힌 이야기를 대담하게 재해석했다.


단평은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맥베스는 죽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마녀의 음모나 운명론 때문이 아니다. <맥베스> 이야기는 주인공인 맥베스의 입장에서는 비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폭정을 경험하던 세계의 입장에서는 희극이 된다. 같은 맥락에서  영화의 제목이 여타 각색작들과는 달리 <맥베스> 아닌 <맥베스의 비극>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작은 조엘 코엔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희망' 말한 작품이며, 동시에 '맥베스의 비극'으로 말미암은 '세계의 희극' 논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작품이다

형제 감독 코엔 형제로 유명한 조엘 코엔의  단독 연출작인 <맥베스의 비극> 흥미롭게도 그의 형제인 에단 코엔이 연극 연출에 흥미를 느껴 영화 작업을 중단한 사이 조엘 혼자만의 결과물로 탄생할  있었다. 형제   사람은 연극 연출에, 다른  사람은 연극의 영화화에 몰두하여 각자의 작업물을 창작했다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일화다. 에단의 작업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어 설명하기 어려우나, 이번 조엘의 작품은 연극적 요소와 영화적 요소가 적절히 혼재된 전반적으로 훌륭한 각색이었다고   있겠다.

영화는 시종일관 흑백의 대비를 통해 고전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시에 빛과 그림자라는 소재를 중심에 놓아 야망과 광기, 용맹과 살인, 청렴과 음모 등의 이분법적인 개념들을 관객들에게 주지 시킨다. 또한 영화는 플라톤의 동굴과 그림자의 비유를 간접적으로 이야기의 흐름 속에 삽입시키는데, 이를 통해 관객들은 피상적 관념들과  실체인 '진리' 대해 어렴풋이나마 성찰하게 된다.

1.413:1 비율의 화면비와 흑백 연출로 각색된 이번 맥베스의 이야기는 형식적인 면에서 1948년작 오손 웰스의 맥베스를 떠올리게 하고 폭력적이고 음울한 묘사가 가득하다는 점에서 1971년작 로만 폴란스키의 맥베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토록 수많은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가 되었던 맥베스의 이야기 중에서도 이번 조엘 코엔의 <맥베스의 비극> 가지는 특이점은 철저히 맥베스의 관점에서 그의 비극만을 묘사하던 다른 각색들과는 달리 맥더프와 맬컴 등의 그에 대항하는 이들의 행보를 조금  강조하여 맥베스가 죽음으로서 스코틀랜드가 갖게  일말의 '희망' 강조한다는 점이 있겠다. 조엘 코엔은 이런 대비를 까마귀를 이용한 수미상관적 연출을 이용하여 관객에게 전달해낸다.

<맥베스의 비극> 2015 저스틴 커젤의 <맥베스> 이후로  6년여 만에 다시금 각색된 맥베스 영화다. 그러나 해당 작품이  스케일과 현대적이고 유려한 영상미에 승부를 걸었던 반면 <맥베스의 비극> 저예산 작품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전으로 돌아간 듯한 압도적 흑백 연출과 음울한 묘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사이에 비치는  줄기  같은 희망과 같은 주제의식적 측면을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지금껏 영화화  맥베스 이야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있는 수준의 영화화라는 것이다. 비록 국내에서는 극장 개봉이 불발되어 현재 애플TV+에서만 감상할  있는 작품이지만 셰익스피어에 관심이 있으나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 여러분이 있다면 가급적 감상할 것을  차례 권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광기는 간데없고 대혼돈만 나부끼는 오합지졸 멀티버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