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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년의 영화 Nov 09. 2022

빌뇌브는 놀란의 꿈을 꾸는가

<듄>, 드니 빌뇌브 (2021) 단평

 (2021)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티모시 살라메,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별점: 3.5/5

10191,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티모시 샬라메) 시공을 초월한 존재이자  우주를 구원할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그리고 어떤 계시처럼 매일 꿈에서 아라키스 행성에 있는   여인을 만난다. 모래언덕을 뜻하는 ''이라 불리는 아라키스는   방울 없는 사막이지만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황제의 명령으로 폴과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죽음이 기다리는 아라키스로 향하는데


단평은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드니 빌뇌브는 영화를 대하는 애티튜드에 있어 많은 부분 차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닮은 점이 많은 감독들이다. 체험으로서의 시네마를 중시한다는 점도, 철학적인 주제를 녹여낸 묵직하고도 현실적인 연출을 보여준다는 점도 유사하지만 단순한 흥행 감독을 넘어 '거장' 반열에 오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이들이라는  역시 주요한 대목이다. 그런 빌뇌브의  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프랭크 허버트의 SF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 적어도 블록버스터 영화 연출에 있어서는 선배라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밟았던 전철을 단점까지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징후적이다. 과연 <> 어떠한 부분에서 가능성이 보였고 어떤 한계를 지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듄>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실수를 답습한다고 느껴졌던 대목은 무엇보다도 맨몸 액션 시퀀스와 백병전의 투박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1.413:1 비율의 풀 아이맥스 화면비는 웅장함을 살리는 데에는 최적화되어 있을지 모르나 격투 액션을 촬영하는 데 있어서는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더군다나 <다크나이트 라이즈>나 <테넷> 속 백병전에서 지적되어 왔던 놀란의 백병전 촬영과 유사할 정도로 빌뇌브의 <듄>은 전투 시퀀스 내내 관객이 주목해야 할 포커스를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갈팡질팡한다. 전반적으로 역동성이 떨어지는 맨몸 액션은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밋밋한 격투 액션과는 달리 탈 것을 활용한 메카닉 액션이나 큰 스케일의 폭파 시퀀스 등에서는 영상미를 잘 살렸다는 점 역시 놀란의 영화들에서 드러나는 특징과 유사하다.

또한 아무리 방대한 세계관과 스케일 설명을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지나치게 루즈했던 스토리 전개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6권의 이야기로 구성된 원작 소설 <> 물론 생략할 여지가 거의 없이 전개에 필수적인 요소들만으로 구성된 훌륭한 대서사시이다. 빌뇌브는 그런 원작의 세계관을 훼손치 않기 위해 생략이나 각색 없이 최대한 원작을 그대로 묘사하는  전념한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파트 원에서 원작 소설  1권의 내용은 모두 다뤘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사실이다. 이야기 전체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영화    편의 완성도 역시 챙겨야 하는 시리즈 영화의 특성상 <> 이번 파트는 시리즈의 기틀을 닦는 데에만 주력한 반쪽짜리 성공이라고 말할  있겠다.

SF 판타지라는 장르 영화의 정통성 대신 자리한 종교적 모티프와 경건함 역시 호불호가 갈릴 만한 대목이다. 스페이스 오페라, 공상과학, 판타지 등 많은 장르의 결합으로서 키치함을 살려야 하는 <듄> 시리즈였음에도 빌뇌브가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연출은 그간 그가 <컨택트(Arrival)>,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의, 사실성에 기반한 것이었다는 점은 많은 장르 팬들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빌뇌브는 그런 키치함이 들어서야 할 자리를 자신 나름대로 재해석한 종교적 모티프를 강조하는 데 할애한다. 이런 선택이 시리즈에 있어 득이 될지 독이 될지에 대해서는 이후의 방향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종합하자면 <> 드니 빌뇌브라는 감독의 잠재력을 생각하자면 최선의 결과물은 결코 아닌 작품이며,  편의 영화 자체로 보더라도 엄청난 수작은 아니다. 그럼에도 관객을 압도하는 사운드와 영상미는 그가 지금껏 강조해  영화적 체험이라는 가치에 지극히 걸맞는 것이었다고   있겠다. <> 비록 반쪽짜리 성공만을 보여준 영화이지만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했다는 점에서 결코 실패작이라고는   없는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새롭게 영화화의 길을 걷게  <> 시리즈와 드니 빌뇌브의 앞날에 지나친 혹평을 가하기보다는 기대감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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