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렴.

서둘러서는 못 만드는 볶음밥

by 워크홀릭

자랑스러운 청년 농부 내 아들아,

한 달 만에 보게 되어서 반가웠다.

따다 준 쌈채소를 지인들에게 나눠주며 엄마의 어깨가 한없이 올라가는 걸 보니, 자식 중에 농부가 있는 것이 이리 좋을 줄 몰랐구나.


볶음밥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주말이 휘리릭 지나가버려 해 주지 못했네.

볶음밥은 야채를 볶고, 고기를 볶고, 밥에 계란물을 입혀 따로따로 볶은 후에 합친단다.

야채와 고기를 볶는 법을 알면, 그다음 테크트리는 볶음밥이 될 수도, 짜장, 카레가 될 수도 있단다.


야채를 볶을 때는 가장 늦게 익는 감자를 먼저 익히고, 당근, 파프리카, 양파 순으로 넣어가며 마지막 양파가 다 익으면 앞에 있는 재료들까지 다 익는단다.

야채는 물론 고기를 볶고, 밥을 볶을 때도 각각 조금씩 소금 간을 약하게 해 놓고 합친 후에 마지막으로 간을 하는 것이 좋단다.


계란물을 부어 밥을 볶을 때는 마음이 급하면 안 되고 밥알들이 잘 흩어질 때까지 프라이팬 밖에서 안 쪽으로 퍼올리는 식으로 볶아줘야 프라이팬 주변으로 밥알들이 탈출하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단다.

야채와 고기를 준비하기 어려울 때는 이렇게 계란볶음밥을 하고 소금, 후추, 깨소금만 뿌려서 먹어도 맛있단다.

또, 고기가 없을 때는 스팸을 쓰면 볶음밥 만드는 과정이 조금은 빨라지지.


옛말에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꿰매지는 못한다는 말이 있지.

볶음밥, 잡채, 김밥 같은 요리들은 하나하나 재료를 준비하고 합쳐서 만드는 음식이라 어떤 과정을 빼버리고, 바꾸기가 어렵단다.

농사를 짓는 농부가 밭을 갈고 땅을 고르고 일련의 과정을 충실히 하는 것처럼 요리도 삶도 그래야 한단다.

당연한 과정을 우습게 알고, 건너뛰는 요령에 혹하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농부의 삶을 선택한 아들을 아빠는 언제나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사랑하는 아빠가.

2025.04.22


Ps.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선종하셨다. 그분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해 주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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