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갈증
사랑하는 내 아들 베네딕토,
아빠는 요즘 한참 직장 일도 바쁘고, 늘 그랬듯 성당 일도 바쁘고 분주히 살고 있다.
오늘 이미지 편집을 할 일이 있었는데, 맨땅에 헤딩하며 스스로 배운 기술이라 자꾸 막히더구나. 내심 제대로 이미지 편집 관련 수업 한 번 들었으면 싶었단다.
이번 본당 성모의 밤은 30일에 야외미사로 진행되는데, 성가대에서 준비한 특송이 그리 길지 않아 라틴어로 한 번 더 부르기로 했단다. 악보 작업을 하면서 A.I의 도움을 받아 음차를 적는데 라틴어가 그리 어려운 거 같지 않은데 기초적인 공부라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빠의 대학시절에는 학점이 높아야 취직이 잘된다는 소문(?)이 있어서, 다들 학점 잘 준다는 과목에 몰려가 수강을 했었단다. 아빠야 지금이나 그 때나 고집쟁이여서, 내가 알고 싶었던 지식들을 찾아 교양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을 채웠지.
그렇게 해서 대학 시절 배웠던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일본어가 두고두고 삶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요즘에도 있을 텐데 대학생이 꼭 읽어야 할 책 30선, 이런 게 있지 않니? 아빠는 대학시절 논어를 꼭 읽어야 한다길래, 두 번 정도 다른 출판사의 논어를 읽으면서 공자란 분은 참 옳고 바른 말씀을 하는 인류의 스승이시구나 감탄하기는 했어다.
그러나 최근 배움의 갈증을 느끼면서, 공자께서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면 不亦說乎(불역열호) 라 하신 말씀의 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단다. 이 또한 삼십 년이나 걸렸네.
지적 깨달음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단다.
충분한 양의 독서와 거기에 이어지는 긴 사색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그러니 계속 읽고, 생각하길 멈추질 말거라.
대학시절을 벗어나고 나면, 먹고사니즘에 치여 배움의 갈증을 풀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단다.
사랑하는 아빠가.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