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사랑하는 큰아들,
내 아들이 첫월급을 탔다고 용돈을 주는 날이 왔구나.
경제적으로 자립한 자식이 있다는 것, 또 힘들 세상살이에서 가족들이 서로 경제적 부담을 나눌 수 있는 날이 왔다는데 감개무량 하구나.
아빠는 네 나이 때 자취를 하면서 가장 귀한 음식이 김치였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형과 형수는 이혼하고 집에는 김치를 담글만한 사람이 없었고, 할아버지도 혼자 사업을 꾸리기 위해 수안보로 이사가시면서 동분서주하실때라 김치를 보내줄 사람은 없었지.
물론 아르바이트를 해서 김치를 사먹긴 했지만, 아끼고 아껴야 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김치를 다 먹고 나면, 통에 남은 국물에 밀가루를 넣어서 김치전을 부쳐 먹을 정도로 국물 한 방울도 버린 적이 없단다.
김치는 마법의 식재료라서, 요리를 잘 못하거나 처음하는 사람도 맛을 낼 수 있는 능력을 선사해 주지.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김치찜, 김치전,.... 그 중에 김치찌개가 가장 난이도가 어려운 편이란다.
김치찌개를 할 때는,
가장 기본이 되는 요리법이 돼지고기와 두부란다.
여기에 변형을 주거나 맛을 더해 보고 싶으면 참치, 스팸을 추가해도 되고,
어묵을 넣어도 생각외로 맛있단다.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망했다 싶으면, 라면스프를 넣거나, 청국장을 듬뿍 넣어서 응급조치(?)하렴.
김치와 돼지고기를 볶다가, 돼지고기가 하얗게 익을 때 즘,
다진마늘과 육수를 부어주렴. 따로 준비한 육수가 없으면 쌀뜨물을 넣어주면 된단다.
팔팔 끓을 때 대파와 두부를 썰어서 넣어주고 다시 끓을 때 간을 보렴.
소금으로 간을 하되, 설탕을 조금 넣어 주면 풍미가 더 산단다.
독립을 하게 되면 당연히 누리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알게 되지.
홀로 선 어른이 된다는 건 당연히 누리던 것들을 내가 자급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자급능력이 충분한 두 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꾸리게 되는 거란다.
네가 준 용돈은 너의 당부대로 생활비가 아닌 아빠 자신을 위해서 잘 써 보마.
고맙다.
사랑하는 아빠가.
2025.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