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난 저승의 갑부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 전래동화 전집을 사서 알뜰하게 함께 다 읽었던 뿌듯함이 있다.
허생전 양반전 심청전 흥부놀부전 춘향전 등 온갖 인물들을 지나~
그런데 그 중,
표지가 검은색 배경에
전래동화치곤 약간은 으스스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생소한 제목이 있었다.
[저승곳간]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었지만 ,
몇 십 번을 다시 읽었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왜 그리도 많이 계속 여러 번 읽었는지 모르겠다.
타고난 나의 천성
내 인격의 결
내 가치관과 비슷해서? 이유라면 이유일까
죽을 날을 짐작 가능한 시한부 환자 거나
( 우리는 사실 미지의 시한부 인생이긴 하나)
80 90 100살이 넘은 고령도 아니지만 ,
사실 언제 죽을지
그 누가 아는가
하나님도 부처님도 공자님도 내 남은 인생날짜수는 안 가르쳐주시는데
그만큼 그래서 짧은 인생
"내 재물에 너무 욕심 내지 말고
많이 많이 베풀고 살자
어렵고 힘없고 약한 사람과 동물에게
베풀고 살자"
나의 인생관이기에
현생에서 많이 베풀고 살면 저승에 있는 나의 곳간에 재물이 쌓인다는 내용의
[저승곳간]이라는 곳 자체가 고맙고 반가웠다.
가진 게 없는데 베푸는 건 오만인 걸까
그렇다면 난 오만으로 가득한 인간이겠지만.
현생에서 많이 베풀고 산 사람의 저승곳간에 차곡차곡
쌀가마니가 쌓인다고 하니
50년 인생을 살아온 내가
알게 모르게 베푼 정이
나눔의 쌀가마니가 저승곳간에
그래도 조금은 쌓여있지 않나 싶다.
사실
내세가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거의 믿지 않는다.
믿고 싶지만 안 믿긴다는 게 맞다.
[저승곳간]을 읽고 나니
내세가 있음을 다시 간절히 믿고 싶어졌다
우리는 재산을 축적하고 싶어 한다
"주식부자" 당신도 될 수 있다
"나는 경매장으로 출근한다"
"돈이 자존감이다"
" 부자 할머니는 나의 꿈"
우리는 '돈돈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돈 많은 부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강을 담보로 한 희생을
몸을 다 갈아 넣어서라도 한다.
돈은 현생에서 필수니까...
난 오만하고 때론 바보인지도 모른다.
현생에서 필수인 돈은 정말 최소한만 있어도 된다고
빈통장을 보고도 욕심을 덜 내고,
현생에서 쌀가마니가 조금이라도 쌓이면
[저승곳간]에 더 많은 쌀가마니를 채우려는 욕심인지
현생의 재물을 약자에게 건네는 그런 오만한 인간이다.
[저승곳간]
바보이고 오만한 나를 위로해 주는 책이었네.
나 같은 바보와 오만한 분들이 조금 많았으면 좋겠는
추운 연말이 코앞이다.
나는 저승곳간의 갑부이다.
이 세상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수많은 저승곳간의 갑부님들 존경합니다.
당신들 덕에 이 세상이 아직은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