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그네 밀어주실래요
모태 심한 고소공포증
에버랜 0 롯데월 0의 소위 88 열차라고 하던 것과
비슷한 것을 친구들의 강요?? 에 탔다가 실신직전까지 갔었다.
어딘가로 사람을 높이 올려주고 띄어주는 기구들을 난 극도로 싫어한다.
고층건물에서 아래도 못 내려다볼 정도의 극심한
고소공포증을 지니고 있어서 이다.
비행기도 공황장애라는 이름하에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필요하면 탄다.
이런 증상 때문에 힘들게 얻은 직업을 놓아야 했을 정도로
그래서 인생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날 이겨보자 죽거나 까무러치기 중 하나인
" 번지점프 " 해보기이다.
이런 기구들 중 가장 나를 처음 맞아준 공포는
바로 "그 네 "였다.
지금처럼 다양한 놀이기구가 없던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줄 세울 정도로
그네는 놀이터의 여왕이자 인기 0순위였다.
그런 그네를 어린 소녀였던 난 멀리서 쳐다보기 일쑤였다.
높이 올라가며 행복해하는 자녀를 보고
뒤에서 밀어주는 부모님도 웃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고마운 그네
난 엄마아빠에게 그네를 밀어주는 행복을 드리지 못했다.
조금은 속상하나
겁이 많아 그네에 올라가기만 해도 울며 소스라치는 딸을 안쓰러워하던
엄마아빠의 사랑과 걱정이 아직도 미안함으로 남아있다.
무서움의 추억으로만 남아있던 그네는...
미혼의 긴 생머리 아가씨가 누군가와 썸을 타면서
그 공포를 조금씩 벗어갔다.
사귀지는 못했지만
설렘의 감정으로 알고 지내다가 그렇게 끝이 났던 썸남
사교육시장에서 일하기에 항상 퇴근시간이 늦었던 나를
어느 날 밤 동네 놀이터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환한 웃음으로
자신이 앉은
옆 그네에 와서 앉으라고 했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네에 앉아 몇 마디 대화를 하다가
"내가 밀어줄까?" 그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아.......
그때 난 단정하게 입는다며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통이 넓은 플레어스커트에
발목 조금 위로 올라오는 앵클 부츠에
무릎까지만 오는 얇은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그네 공포증 보다
치마가 날릴까 봐
그러다 속옷이라도 보일까 봐 부끄러움이 더 무서워요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웃음이 난다.
친하지 않았던 잘 보이고 싶은 이성
썸남에 대한 설렘과 부끄러움은
그네에 대한 두려움마저 저 높이 날려버렸다.
그 어둠 속에서도 대각선으로 비추는 가로등불빛에
부끄러운 볼이 약간 드러나는 내 얼굴을 캐취 한 눈치 빠른 그는
"편한 바지 운동복 입고 운동화 신고 다시 만나요"
그때 더 멀리 아주 높이 밀어줄게요 라며
남자답게 웃었다.
고마움에 남자다움에 그의 따스한 배려에 행복하게 웃던 난
결국 그분이 밀어주는 그네를 끝내 타보지 못하고
이별했지만
그 이후 누군가 밀어주는 그네를 타고서 높이 날아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이젠 그네 타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 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이 세상에 있다는 걸 아는 어른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난 그네가
안 무섭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