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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Adaptive Cycle Framework

제품 개발의 균형을 되찾는 새로운 실행 체계

by Steve Kim

Adaptive Cycle은 스프린트를 비롯한 기존 애자일 방법론과 린 철학을 기반으로 하며, 최근 등장한 Shape Up Framework의 장점과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안된 새로운 방법론입니다. 각 방법론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하이브리드 실행 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그 배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언제나 아이디어와 씨름하는 과정입니다. 회의실이나 슬랙 채널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제안이 쏟아집니다. 어떤 것은 작은 개선 아이디어이고, 어떤 것은 완전히 새로운 기능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곧바로 실행 가능한 계획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이디어를 지나치게 구체화할 때 생기고, 다른 하나는 너무 추상적으로 남겨둘 때 생깁니다.

너무 구체화하면 창의적 탐색의 여지가 사라지고, 너무 추상적이면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며 시간만 흘러갑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세밀한 와이어프레임을 가져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화면 배치, 버튼 위치, 글자 크기까지 정리된 이 그림은 얼핏 완벽해 보이지만, 디자이너의 사고를 고정시켜버립니다. 막상 개발에 들어가면 숨겨진 복잡성이 드러나고, 일정과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반대로 “채팅 기능이 필요하다”라는 한 문장만 던진다면 누군가는 단순한 1:1 메시징을, 또 다른 누군가는 그룹 채팅과 파일 공유까지 상상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말을 하고도 전혀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됩니다.


비슷한 경험을 이전 회사의 프로젝트에서도 경험했는데 고객사는 “캘린더”를 원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날짜 나열 이상의 것이 필요했습니다.

드래그 앤 드롭으로 공정을 쉽게 추가하고, 공정별로 아이콘과 색상을 구분하며, 직원 간 일정 공유가 가능한 시스템을 원했습니다. 게다가 PC와 모바일 환경 모두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만약 이 모든 요구를 한 번에 담으려 했다면,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팀은 경계를 설정하고, 꼭 필요한 기능만 뽑아 단순한 형태로 다듬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처럼 제품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요구사항이나 문제 해결을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다듬는 과정, 즉 아우트라이닝(Outlining)입니다.

아우트라이닝의 핵심은 너무 구체적이지도, 너무 추상적이지도 않은 균형을 찾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탐색적이어야 합니다 (Exploratory). 모든 방향이 열려 있어 솔루션을 다양하게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완벽하게 정해진 형태가 아니라 방향을 보여주는 개략적 수준에서 사고의 확장이 가능해야 합니다.


문제가 명확히 정의되어야 합니다 (Defined). 무엇을 만들지보다 무엇을 해결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팀은 ‘무엇을 만들지’에 집중하다가 정작 ‘무엇을 해결할 것인지’를 잊곤 합니다.


범위가 한정되어야 합니다 (Scoped). 팀이 가진 리소스와 시간 안에서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솔루션을 정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실행력이 생깁니다.


이 과정을 마친 결과물은 AI 프로토타입 형태로 구현되어, 의사결정권자를 비롯한 구성원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됩니다.

이처럼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가설과 아이디어만이 다음 단계인 실행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아우트라이닝 과정은 ‘목적 조직(Purpose Organization)’ 단위로 진행되는 토론의 장입니다.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는 모든 팀원이 모여 함께 논의하고, 그 결과를 원페이저(One-Pager) 문서로 정리합니다.

이 문서는 팀 전체의 합의된 의견을 담으며, 의사결정권자가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고 최종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결국 아우트라이닝은 제품 개발의 균형을 잡는 행위입니다.

너무 많이 정하지도, 너무 적게 정하지도 않고, 팀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만 다듬는 것—이 균형을 얼마나 잘 잡느냐가 제품 개발의 성패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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