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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미션, 비전과 정렬된 조직

by Steve Kim

조직은 다양한 배경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집합체다. 그러나 이들이 같은 이유로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지 않는다면 조직은 하나의 엔진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모터들의 모음일 뿐이다. 겉으로는 모두가 열심히 일하지만 결과는 충돌하거나 흩어진다. 정렬이란 이 모터들이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게 만드는 과정이자 상태다. 그리고 정렬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가 바로 ‘살아 있는’ 미션·비전이다.


정렬된 조직에서는 의사결정이 빠르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있으니 불필요한 논쟁이 줄어들고 갈등의 비용도 낮아진다. 반대로 정렬이 무너진 조직은 회의가 길어지고 같은 문제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며 실행 과정에서 목표가 흔들린다. 각 부서가 서로 다른 성공 정의를 갖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마케팅팀은 트래픽을, 개발팀은 기술 완성도를, 영업팀은 계약 건수를 목표로 삼는다. 각각의 목표는 타당하지만 연결되지 않으면 결과는 고객의 필요와 멀어진다.


정렬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의 목표는 매출 두 배” 같은 문장이 아니다. 이 문장은 방향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성원을 하나로 묶지 못한다. 왜 그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그것이 어떤 미래와 연결되는지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미션과 비전이 작동해야 한다. 미션은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비전은 우리가 도달하려는 세상의 그림을 제시한다. 두 가지가 조직 전체에 스며들 때 정렬은 강력한 현실이 된다.


그러나 단순한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미션과 비전은 조직의 일상에서 판단 도구가 될 때 비로소 살아난다. 기능의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실험을 중단할지 유지할지 결정하거나, 고객 세그먼트를 새롭게 정의할 때 미션·비전이 호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장식품에 불과하다. 살아 있는 미션·비전은 매일의 실행 속에서 반복적으로 불려 나온다. “이 기능이 우리의 미션과 맞는가?”라는 질문이 회의에서 자연스럽게 오갈 때, 미션은 기준이 된다.


숫자와 지표도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조직을 묶을 수는 없다. 조직을 하나로 묶는 힘은 스토리다. “왜 이 방향이 중요한가”라는 이야기가 공유될 때 구성원은 같은 그림을 그린다. 숫자만 나열된 목표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만, 미션과 비전이 담긴 스토리는 이해와 공감을 빠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공감이 실행의 속도를 높인다.


살아 있는 미션·비전은 구성원의 언어로 존재한다. 그것은 리더가 일방적으로 내린 문장이 아니라 토론과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공통의 언어일 때 더 강력하다. 내가 참여해 만든 미션은 곧 내 일이 되고, 내 일이 비전과 연결될 때 나는 단순히 기능을 개발하거나 캠페인을 집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가 된다. 정렬은 이 지점에서 힘을 얻는다.


정렬되지 않은 조직은 같은 에너지를 쓰고도 멀리 가지 못한다. 각 부서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렬된 조직은 같은 에너지로도 더 멀리 나아간다.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라는 말은 결국 정렬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방향 없는 속도는 소음을 만들 뿐이지만, 정렬된 속도는 돌파력이 된다.


모든 제품팀이 앞으로 세워야 할 토대도 여기서 출발한다. 단순히 전략을 잘 세우고 전술을 관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략은 미션에서 기준을 얻어야 하고, 전술은 비전으로 향해 움직여야 한다. 이 연결이 명확할 때 조직은 같은 이유로 움직이고, 같은 미래를 그리며, 같은 언어로 의사결정을 한다. 좋은 미션은 전략을 똑똑하게 만들고, 좋은 비전은 전술을 지치지 않게 만든다. 미션·비전·전략·전술 네 가지가 하나의 구조로 맞닿을 때 조직은 길을 잃지 않고 실행은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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