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데이터 기반으로 일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직관과 습관, 개인의 의견에 더 많이 의존한다. 회의에서는 “내 생각에는”이라는 말이 더 자주 등장하고, 리더의 경험이나 직급이 판단의 근거가 되는 일이 반복된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이란 단순히 숫자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판단과 실행이 데이터를 참고하고 그 해석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데이터 드리븐과 데이터 인폼드는 구분되어야 한다. 데이터 드리븐은 데이터를 중심에 두고 모든 결정을 종속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접근은 데이터를 맹목적으로 따르며 맥락이나 사람의 감각을 배제하기 쉽다. 반면 데이터 인폼드는 데이터를 참고하되 해석과 판단 과정에서 인간의 역할을 함께 두는 접근이다. 제품팀에 필요한 태도는 바로 이 후자다. 데이터는 근거가 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맥락과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데이터 기반 팀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새로운 기능을 만들 때 직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하지 않는다. 먼저 사용자 행동 데이터와 피드백, 과거의 실험 결과를 확인한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운 뒤, 가설을 검증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하고 측정 지표를 설정한 다음 실행한다. 이러한 과정이 데이터 기반 제품팀의 기본 단위다.
데이터 기반이란 결국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이 구분이 있어야 불확실성을 줄이고 실험을 설계할 수 있다. 또한 이 구분은 정량 데이터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사용자의 감정·맥락·니즈는 여전히 정성 데이터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기반은 단순히 ‘수치’의 기반이 아니라 ‘이해’의 기반이기도 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데이터 기반이 특정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가나 리더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팀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어느 화면에서 이탈이 많은지를 살펴야 하고, 기획자는 클릭 수가 아니라 행동 전환율을 추적해야 하며, 엔지니어는 기능의 안정성을 데이터로 판단해야 한다. 팀 전체가 데이터를 중심에 두고 공통 언어로 소통할 때 비로소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된다.
결국 데이터 기반은 문화다. 데이터가 중심에 있고 누구나 그것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팀원이 쉽게 데이터를 조회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고,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리뷰하며 의사결정과 연결하는 루틴이 필요하다. 또한 성공과 실패의 데이터가 모두 기록되고 회고되는 아카이빙 구조와 데이터팀과 실무자 간의 원활한 협업 체계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데이터는 결정을 돕는 등대이자, 실패를 다시 정의할 수 있게 하는 거울이다. 데이터 기반으로 일하는 팀은 더 많은 실험을 더 정밀하게 설계하고, 더 빠르게 학습할 수 있다. 감각만으로 일하던 시절보다 더 넓게, 더 깊게 사고할 수 있게 된다. 제품팀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진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태도, 그것이 바로 데이터 기반 사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