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라는 단어는 흔히 멋있고 거창한 말로 포장된다. 많은 조직이 전략을 세운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 전략이 조직을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다. 이유는 단순하다. 전략이 구호로만 남거나 너무 모호해서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잘 세워진 전략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꺼운 보고서나 정교한 계획이 아니라, 오늘 조직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히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문장이다.
첫째, 전략은 집중과 배제의 힘을 가진다. 전략의 본질은 선택이다. 모든 기회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전략이란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어디에 자원을 집중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자, 동시에 무엇을 하지 않을지도 명확히 하는 일이다. “우리는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말은 전략이 아니다.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은 문장에 불과하다. 반대로 “앱 설치 후 핵심 이벤트를 완료하고 30일 차까지 이탈하지 않은 고객군에 집중한다”는 말은 전략이다. 특정 고객군으로 자원을 압축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선택이 없는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전략은 구체성과 실행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 전략은 반드시 행동으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 “전환율을 높이자”라는 말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실행할 수 없다. 그러나 “신규 사용자 온보딩 과정을 재설계해 7일 이내 첫 구매 경험을 만든다”라는 전략은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하다. 전략은 언제나 현실의 자원과 역량 안에서 달성할 수 있는 범위를 가져야 한다.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전략은 구성원의 동기를 떨어뜨리고 실행력을 분산시킨다.
셋째, 전략은 피드백 구조 안에서 순환해야 한다. 전략은 한 번 세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의 결과를 흡수하고 그 배움을 통해 다시 조정되어야 한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학습하며, 전략을 보완하는 순환 구조가 있어야 한다. 이 순환성이 없는 전략은 계획으로만 남는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고객의 행동은 끊임없이 달라진다. 따라서 전략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조정되고 보완되어야 한다.
넷째, 전략은 팀의 결정을 빠르게 만든다. 전략은 예쁜 슬라이드에 담긴 구호가 아니라 ‘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전략이 선명하면 팀은 의사결정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신규 고객 확보보다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우선한다”라는 전략이 있다면, 마케팅팀이 광고 예산을 늘릴지 기존 고객 프로그램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순간 빠르게 결론을 낼 수 있다. 전략이 모호하면 회의는 길어지고 논쟁은 반복되며 실행은 지연된다. 전략이 명확하면 같은 문제에 대해 같은 선택을 내릴 수 있다.
다섯째, 전략은 구성원의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아무리 멋진 전략이라도 구성원이 일상에서 떠올릴 수 없다면 그것은 작동하지 않는다. “고객의 첫 경험을 완벽하게 만든다”라는 전략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개발팀, 마케팅팀, 고객센터 모두 이 문장을 자기 업무로 연결할 수 있다. 반대로 “시장 점유율 20% 확보”와 같은 전략은 특정 부서에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전체 조직에는 동력을 주지 못한다. 전략은 짧고 명확하며 일상적으로 호출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은 미션과 비전에 연결되어야 한다. 전략은 미션으로부터 근거를 얻고, 비전을 향해 나아갈 때 의미가 있다. 미션이 없는 전략은 근거 없는 선택이고, 비전이 없는 전략은 목적 없는 행동이다. 전략은 미션과 비전, 그리고 전술과 연결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구조가 된다.
결국 “가치를 높이자”라는 말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지만, 누구도 실행할 수 없는 말이다. 잘 세워진 전략은 구체적이며, 선택을 포함하고, 실행 가능하고, 학습을 통해 순환하며, 빠른 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구성원의 언어로 표현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션과 비전과 맞닿아 있을 때 비로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