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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트의 2주, 왜 문제인가

새로운 개발 사이클 Adaptive cycle

by Steve Kim


스프린트의 2주, 왜 문제인가


많은 제품팀이 스프린트를 이야기할 때 거의 자동처럼 “2주 단위”를 떠올립니다.

애자일의 기본 교재에서 권장하는 기간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관리 툴에서 기본값으로 설정된 옵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 제품 개발의 현실에서 이 2주 주기는 오히려 불균형과 비효율을 낳는 구조로 작동합니다.


1. 애매한 기간, 불완전한 결과


2주는 작게는 너무 길고, 크게는 너무 짧습니다.

작은 과업을 처리하기엔 과도하게 길고, 반대로 큰 과업을 수행하기엔 턱없이 짧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스프린트가 결국 ‘작은 태스크의 묶음’으로 변하거나,

끝내기 어려운 일감을 억지로 잘라 넣는 방식으로 변질됩니다.


그 결과, 팀은 늘 밀린 과업과 넘치는 백로그에 시달립니다.

고정된 2주 타임박스에 모든 크기의 일을 억지로 넣다 보면

언제나 어딘가는 미완성으로 남게 됩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팀은 2주 동안 QA와 실제 배포까지 마치는 경우가 드뭅니다.

결국 “2주마다 배포한다”는 구호가 형식적 리듬으로 남고,

실제 결과물은 주기를 넘겨서 완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실행은 있지만, 학습은 없다


스프린트는 종료 시점의 데모와 리뷰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2주라는 기간은 고객 반응을 관찰하고 학습하기에는 너무 짧습니다.

실제로는 개발·테스트·배포만 하다 끝나기 쉽습니다.


결국 ‘실행은 했지만 학습은 놓치는’ 구조가 반복됩니다.

고객의 피드백이 들어올 즈음에는 이미 다음 스프린트가 시작되어 있고,

무엇을 배웠는지, 다음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뒷전이 됩니다.


스프린트가 반복될수록, 팀은 “만드는 일”에는 익숙해지지만 “배우는 일”에는 둔감해집니다.


3. 팀의 호흡과 맞지 않는다


2주는 일정 관리 측면에서는 편리하지만,

실제 작업 호흡과는 자주 어긋납니다.


하루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는 UI/UX 개선이나 버그 픽스는

굳이 2주를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기능이나 구조적 변경은

2주 안에 억지로 쪼개다 보면

설계가 단편적으로 흩어지고, 제품의 맥락이 사라집니다.


결국 팀은 자신들의 리듬이 아니라

‘2주짜리 관리 캘린더의 리듬’에 종속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개발은 관리 중심의 리듬으로 흘러가고,

학습과 실행의 흐름은 뒤로 밀립니다.


4. 사이클이 목적이 된다


스프린트가 반복되다 보면

팀은 “다음 스프린트에 뭐 넣을까?”라는 질문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우고, 학습을 축적하는

‘큰 그림’은 점점 사라집니다.


결국 팀의 초점은 ‘가치 중심’이 아니라

‘속도 중심’의 문화로 기울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애자일이 원래 지향했던

‘가치 중심의 학습형 조직’이

‘산출 중심의 작업 공장’으로 변하는 지점입니다.


2주는 ‘정답’이 아니다


그렇다고 스프린트를 버려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는 2주라는 주기가 정답처럼 굳어진 것입니다.


문제의 크기와 불확실성에 따라

주기를 달리해야 합니다.


하루 만에 끝낼 버그 → 1주 미니 사이클


전환율 검증이나 UX 실험 → 3주 실험 사이클


새로운 기능이나 리디자인 → 6주 집중 사이클



이렇게 과업의 성격에 따라 리듬을 나누면

팀은 주기에 끌려가는 대신

문제의 본질에 맞는 호흡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2주 대신, 1주·3주·6주


결국 스프린트의 2주는 관리의 편의성에서 출발한 인위적 숫자일 뿐입니다.

제품팀의 학습과 실행 리듬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니라,

그 기간 안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입니다.


그래서 Adaptive Cycle은

2주 대신 1주·3주·6주의 세 가지 리듬을 제안합니다.

이는 단순히 달력의 구분이 아니라,

문제의 성격과 학습 목적에 따라 리듬을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주기를 설계하면,

팀은 ‘일정’이 아니라 ‘학습’과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즉, 주기를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하는 조직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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