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어제의 습관으로 내일을 만들 수는 없다
하나의 조직이 무너지는 데엔 의외로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무능한 리더, 엉망인 기획, 실패한 투자, 방향 없는 실행. 이런 것들이 반복되는 동안, 사람들은 서서히 ‘생각’을 멈춘다.
“지금은 어쩔 수 없잖아.”
“나중에 잘 되면 그때 바꾸자.”
“윗선에서 정리되면 우린 그에 맞춰 움직이면 돼.”
그렇게 말하면서, 지금을 내어주고, 다음을 포기한다. 그런데 그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회의 시간에 고개만 끄덕일 때,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
“혹시 이거, 우리가 정말 풀고 싶은 문제 맞아요?”
“고객이 이걸 원한다고 한 적 있었나요?”
“우리 제품, 진짜 쓰는 사람이 누군지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함께하던 디자인 리드가 항상 질문하는 것들이다. 누군가는 다소 귀찮은 질문이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질문들이 일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는 언제나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았다. 그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질문은 언제나 회의실 공기를 바꿔놓았다. 변화는 항상 질문에서 시작된다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의 특징은 단순하다. 그들은 답보다 질문에 집착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고객’과 연결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고객으로부터 문제를 찾으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한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사람들은 시스템이 없으면 직접 만든다.
다음이 불확실할수록, 그들은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실험을 시작한다. 고객 인터뷰가 사내 프로세스에 없다면, 직접 인터뷰를 시작한다. 데이터를 요청해도 며칠이 걸린다면, 직접 SQL을 배우거나 Google Form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피드백 루프가 느리다면, 슬랙봇을 만들고, 메일을 자동화하고, 실험 기록을 남긴다. 이들은 “시켜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작동하는 방식을 만드는 사람”이다.
당연하게도 권한이 없어도 행동한다
“내 역할이 아닌데요.”
“승인 없이는 못 합니다.”
“그건 위에서 정해야 하죠.”
이런 말을, 그들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팀장이 아니어도 먼저 팀을 설득하고, 동료를 챙기고, 방향을 제안한다. 그들에게 권한은 선행 조건이 아니라 결과물이다.
조직이 그들을 인정해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미 리더처럼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조직이 따라간다. 그래서 그들은 자리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이 그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적절한 자리를 만들어준다.
되돌아보니 사업을 하던 시기를 지나 다시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연봉을 더 올려달라고 이야기해 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주는 대로 받고 그저 역할에 충실했다. 그리고 내가 배운 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의 가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 디자이너는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피처를 보며 말없이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고객사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가 만든 보고서는 기획 방향을 바꿨고, PO보다 더 제품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다.
한 엔지니어는 느려터진 기획과정을 기다리지 않았다. 논의되던 내용을 토대로 프로토타입을 먼저 만들었고, 그것이 팀의 실행속도를 두 배로 끌어올렸다.
그들은 회사의 문제를 ‘내 문제’로 바꿀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때로는 이러한 행동이 경계를 침범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PO(Product Owner), PD(Product Designer), FE(Frontend), BE(Backend) 각자 자기만의 영역이 있다. PO는 기획을 하고, PD는 디자인을 하며, FE는 프런트를 개발하고 BE는 DB를 설계하고 API를 만든다.
AI는 혼자 이 모든 것을 다 한다. 언제 까지나 우리는 역할과 그 역할의 구분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경계를 지키려 할 것인가. AI 시대를 맞이한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불투명하게 여기고 두려워만 한다.
다음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는 것이다. 모두가 “어떻게든 될 거야”라고 말할 때, “우리가 만들어야죠”라고 먼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현실을 핑계로 멈춰 설 때, 그들은 지금 있는 도구와 정보로 한 발 더 나아갈 방법을 찾는다.
AI가 많은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그것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조직은 준비된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다음을 만들고 내일을 설계하는 조직’은 그런 사람들이 모이고, 연결되고, 정렬되는 구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