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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언이 아닌 실행이 되는 문장의 조건

方略 방략 - 방향(方)과 전략(略)

by Steve Kim


“우리 미션은 좋긴 한데… 딱히 쓸 일은 없어요.”


많은 구성원들이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의 피드백도 사실 대단한 것이다. 대부분은 회사의 미션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규모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미션을 이해하는 것에 앞서 ‘알고 있는 구성원’ 수 자체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좋은 말이긴 해요. 근데 실제로 의사결정할 땐 안 떠올라요.”

“성과 평가나 기능 우선순위에 반영된 적은 없어요.”

“이거, 채용 페이지에만 쓰는 거 아닌가요?”

이 말들은 결국 이렇게 번역할 수 있다.

“우리의 미션과 비전은 있긴 한데 작동하진 않는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잘 만든 미션과 비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조직의 판단과 실행을 정렬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실제 사례들을 통해 “작동하는 미션/비전”의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Alignity 팀이 이를 어떻게 점검하고 리디자인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미션은 “왜 존재하는가?”, 비전은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전략은 “어떤 문제에 집중할 것인가?”, 전술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로 연결된다. 이 구조에서 미션과 비전은 “실행이 흔들릴 때 돌아가는 기준점”이자, “실행을 의미 있게 만드는 정서적 원천”이다.

만약 다음과 같은 미션을 설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가정하지 않더라도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서 아래와 같은 문구로 미션을 설정한다.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

“고객을 위해 혁신한다”

이는 제품이 품을 수 있는 사용자가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로 어떠한 의사결정에도 적용하기 어렵고 결국 아무 말도 아닌 말이 된다.

부끄럽게도 이런 사례는 스스로를 돌아봐도 미션과 비전에 대한 팀의 이해가 적거나 없을 때 실패를 자주 반복했던 경험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너무 기능적으로 혹은 광범위하게 서술한다는 것이다.

“B2B SaaS 시장에서 No.1 CRM을 만든다” 이 문장은 특정 시점 이후엔 전략도, 전술도 확장이 어렵다. 즉, 실행에 반영 안 된다는 의미로 전략, 기능, OKR과 전혀 연결되지 않고 조직 구성원 누구도 의식하지 않게 될 문장이다. 좋은 미션/비전은 현실과 연결되고, 전략·전술·실행까지 영향을 미쳐야 한다.

지금 우리 팀의 미션/비전, 점검해 보자. 다음 질문을 통해 현재 미션/비전이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다.


최근 3개월간 실행한 기능 중, 미션/비전과 연결된 근거가 있는가?

PO, PM 외 구성원이 미션/비전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가?

기능 우선순위를 정할 때 미션/비전이 기준으로 작용한 적이 있는가?

미션/비전을 기준으로 실험을 제거하거나, 피벗 한 사례가 있는가?

미션/비전이 변화했다면, 그 변화는 조직의 전략/구조에 반영되었는가?

5가지의 질문 중 3개 이상의 질문에 “아니요”라면, 우리가 세워둔 미션/비전은 단순한 장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 미션/비전을 재설계하는 3단계 접근법을 통하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첫 번째 접근은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Mission) 방법이다.

“우리 팀이 없으면, 고객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가?”

“우리가 일할 때 가장 의미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고객이 우리 제품을 ‘왜’ 쓰는가?” → 그 ‘왜’를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두 번째는 팀이 열망하는 미래를(Vision) 그려본다.

“우리가 성공했을 때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가 만들고 싶은 사용자의 경험 흐름은 어떤가?”

위 질문에 답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문장이 아닌 판단 도구로 작동할 수 있도록 미션/비전을 설계하는 것이다.

‘미션/비전’을 잘 꾸며진 포스터, 어떤 문서의 첫 줄에 배치하는 것에서 벗어나, 의사결정 프레임워크의 상단에 두는 것이다. 전략 수립 워크숍, 회의, 기획서에서 반복적으로 참조하게 만든다.

미션과 비전은 제품의 철학이다. 하지만 그 철학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멋진 말에 불과하다.

좋은 미션은 전략을 똑똑하게 만들고, 좋은 비전은 전술을 지치지 않게 만든다. 제품을 정렬시키고, 조직을 정렬시키고, 사용자와의 신뢰를 정렬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문장이 되는 것. 그것이 ‘살아있는 미션/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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