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略 방략 - 방향(方)과 전략(略)
전략 없이도 일은 된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스타트업에서 우리는 흔히 이런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열심히 일하는 팀, 매일 업데이트되는 칸반 보드, 각자 맡은 기능을 책임지고 릴리스하는 개발자와 디자이너, 일주일 단위의 스프린트와 회고’
일의 과정을 겉으로 보기엔 무척 생산적이다. 그러나 왜 이 기능을 만드는지,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겉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제품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 나올 때 모두 고개를 숙인다면 전술은 존재하지만, 전략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태에서 출시되는 모든 제품은 고객이 아니라 내부의 요청, 일정, 감정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 위험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때는 린(Lean)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린 철학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일에 가깝다. 전략은 많은 일을 한 번에 해내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전략은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다. “우리의 제품 전략은 모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라는 말은 사실 아무런 전략이 없다는 말과 같다.
전략은 모호함을 걷어내고 조직 전체가 같은 문제를 바라보고, 같은 선택을 하도록 정렬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제품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고객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전략이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분명할 때 비로소 힘을 가진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이야기하는 ‘고객’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면, 아무리 멋진 전략도 그냥 말장난에 그치고 만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다만 겉으론 고객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알고 보면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가 생각한 고객’ 일뿐일 수 있다. 고객을 이해한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든 상을 고객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공급자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전략은 고객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고객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자기만족을 위한 제품을 만들게 된다.
반대로 전술(Tactics)은 전략을 구체화하는 실천의 기술이다. 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어떤 기능을 만들 것인가, 어떤 실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어떤 채널이나 수단으로 전환을 높일 것인가, 어떤 순서로, 어떤 타이밍에 배포할 것인가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전술은 전략을 통해 방향이 정해지고 나서야 의미가 있다. 전략 없는 전술은 단순한 활동(Activity)에 불과하다. 전략 없이 유입 캠페인을 늘리는 건 그냥 노이즈를 만드는 것뿐이다. 많은 제품 리더나 관리자는 전략과 전술을 단순히 ‘상위 레벨 vs 하위 레벨’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핵심은 ‘레벨’이 아니라 “연결”이다.
제품팀 리더나 PO는 전략과 전술 사이의 브리지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즉, 전략을 실현 가능한 실행으로 번역하는 사람이다.
전략과 전술 사이에는 세 가지의 구조가 세 존재한다.
첫 번째는 가설 기반 전략 구조다. 문제 → 가설 → 실험 → 학습 → 전략 조정 순으로 특히 제품이 초기에 있거나 피봇 중일 때 중요하다. 가설이 곧 전략이고, 실험이 곧 전술이다. Alignity 팀은 학습된 내용을 토대로 전략의 방향을 순환적으로 보완해가야 한다.
두 번째는 과업 기반 전략 구조다. 핵심 고객 정의 → 과업(Task) 정의 → 사용자 여정 → 전술 매핑 순으로 특정 고객군이 명확할 경우, 그들이 겪는 Pain Point의 흐름에 따라 전술이 배치된다. 이 구조는 제품의 성장기에 유용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치 기반 전략 구조다. 제품의 핵심 가치 → 가치 실현을 위한 핵심 동작 → 전술 구조화 순으로 예를 들어 노션(Notion)은 “모든 것을 연결하는 공간”이라는 가치를 제공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템플릿 → 연결 → 공유”의 흐름을 설계한 것과 같다.
제품 전략은 제품팀 리더나 관리자 혼자 정하는 것이 아니다. 전략은 조직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렬하는 과정이다. 제품의 리더나 관리자는 전략을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략을 조직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번역하고 정렬하는 사람이다.
전략은 PRD가 아니라 피드백 구조에서 작동해야 하며, 전략은 보고서가 아니라 결정 기준으로 작동해야 한다. 전략은 리더만의 것이 아니라, 팀 전체가 공유해야 의미가 있다.
나쁜 전략은 없다. 덜 좋은 전략은 존재한다. 하지만 최악의 전략은 아무런 전략이 없는 상태다. “전환율을 높이자”라는 것보다는 “기존 고객의 기능 활용도를 기준으로 NPS 상위 20%를 집중 타깃으로 설정하고, 핵심 기능의 진입을 재설계하자”라고 하는 것이 보다 명확하다.
전략에 대한 문장의 길이가 길고 짧음의 차이가 아니다.
“리텐션을 개선하자”보다는 “30일 차 사용자 중 2회 이상 피쳐 활용 경험을 가진 그룹의 행태를 분석하고, 이탈 요소를 제거하는 실험을 2주 내 설계하자”와 같이 구체적인 행동까지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 더 가치 있게 평가된다.
“가치를 높이자”라는 추상적인 말보다 “문서 협업 기능을 기본 온보딩 플로우에 넣어 초반 사용자의 액티베이션을 유도하자”와 같이 말이다. 제품은 다수의 구성원에 의한 실행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실행을 방향과 연결시키는 것, 그게 바로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좋은 전략은 팀의 결정을 빠르게 하고, 실행의 타이밍을 맞추고, 실패의 학습을 빠르게 전환시킨다. Aliginity 팀은, 실행을 잘하는 팀에서 의도적으로 움직이는 팀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