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전략, 비전
제품에도 나이가 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정체되고, 쇠퇴한다.
마치 사람처럼.
그런데 많은 제품 관리자들은 이 모든 단계를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아이에게 어른의 기준을 요구하거나, 노인에게 청년의 속도를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제품의 생애주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일하면, PO의 역할도, 팀의 판단도, 조직의 전략도 왜곡된다.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실험, 잘못된 우선순위, 낭비되는 자원으로 이어지기 쉽다.
초기 스타트업을 통상 도입기(Introduction)에 있는 기업으로 분류한다. 도입기의 기업이 가장 많이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 ‘투자 유치’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품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제품을 발견하는 시기이자 이를 통해 PMF를 찾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서 Alignity 팀의 역할은 발견한 문제가 실제로 문제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도입기가 아니더라도 꼭 해야 할 질문이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 시기의 제품은 아직 ‘해결할 만한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팀은 열정적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이 시기에 Alignity 팀은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 그 방향이 올바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이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Alignity 팀은 ‘답을 내는 사람 혹은 조직’이 아니라, ‘질문을 구조화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PMF를 찾고 본격적인 성장기(Growth)에 진입하면 그동안 발견해 온 문제와 설루션이 맞물리며 확장되는 시기이다. 이 과정에서 Alignity 팀은 “이 제품은 확장 가능한가?”를 시험하는 설계자의 역할이다.
제품이 시장에 어느 정도 먹히기 시작한다. 전환율이 개선되고, 사용자 피드백도 긍정적이다. 팀은 자신감을 얻고, 실행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확장에 견디는 설계”가 되어 있는가이다.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유저 여정을 최적화하고, 데이터 기반 실험을 통해 그로스 루프를 설계하며, 제품의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확장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제품관리자의 역할은 팀의 ‘실행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확장을 고려하는 전략 설계자여야 한다.
성숙기에 돌입하면 유저 수는 안정적이고, 핵심 지표도 일정 수준 유지된다. 하지만 신규 유입은 줄고, 유저당 가치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성장은 느려지고, 유지가 더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팀은 지키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레거시 코드를 고쳐가다 보면 재구축과 외주화 된 기능들을 내재화하는데 리소스를 사용한다. 지속적인 성장이 필요한데 리소스는 성장보다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것에서 답을 찾으려는 경향성도 커진다.
규모가 커지니 커진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사람이 합류하게 되고 시스템이 도입된다. 단계가 복잡해지고 앞서 언급했던 애자일, 린 철학에서 조금은 멀어지게 된다. 이 시기의 제품관리자는 더 많이 넣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버릴지를 결정해야 한다. 과거의 기능 중 더 이상 효과 없는 것 제거하고, 유지보수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시스템을 정리한다. 충성도 높은 사용자에 대한 리텐션 전략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지키기만 해서는 안된다. 성숙기에 도입한 경우 다음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신사업에 리소스를 더 투자하거나 기존의 것을 혁신하는 것에 과감한 도전을 해야 한다. 무리한 확장과 인수합병보다는 본질에 더 집중하거나 그 본질의 가치를 두 배 세배로 만들어줄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숙기에 필요한 Alignity 팀은 도입기 팀의 역할과 같다. 제품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집중해야 할 질문도, 필요한 역량도, 리더십의 방식도 달라진다.
제품관리자는 Alignity 팀을 이끄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품의 시간에 맞는 ‘역할’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