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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Ssam Aug 06. 2019

1. 정신과 의사의 Self-disclosure?

정신과 의사가 대중에게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걸까?

Self-discolser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일반적인 경우, 정신과 의사는 환자에게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해선 안된다. 이는 환자와 의사 관계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진료적 관계 이외의 영향을 최소로 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정신과 교과서에서는 성별, 학력, 진료 경력 정도의 기본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혹은 공개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종교나 정치, 동성애에 대한 입장도 밝힐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를 하는 의사가 충분히 능력이 있는지 알고 싶다. 어느 의과대학을 나왔고 어떤 진료 경력이 있으며 어떤 세부 진료를 하는지 알아야 그 의사에게 나를 믿고 맡길지 정할 수 있다. 사적인 비밀한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 정신과 진료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기왕이면 종교적 신념이나 성적 정체성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의사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반적인 금기

그럼에도 정신과 의사의 자기 공개는 어려운 영역이다. 정신과 진료에서 의사와 환자 관계는 치료를 위한 일종의 계약 관계이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 사적인 친분을 나누기 위한 관계가 아니다. 물론 반복해서 만나고 환자의 사적인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때로 조언하다 보면 의사와 환자 관계 사이에 인간적인 친분이 쌓인다. 그리고 그 깊이가 때로는 사회에서 경험하는 친분 이상으로 강렬할 수 있다. 정신과 영역에서 이런 관계의 감정을 전이(Transference)라고 한다. 이 감정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다.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 이런 친분의 감정이 드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감정이 이끄는 대로 마음껏 가게 해서는 안된다. 언급했듯 진료 공간에서 의사와 환자는 치료를 위한 계약관계이다. 그 관계의 감정을 치료적 상황으로 가져오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과정이고 치료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 감정의 처리 과정에서 정신과 의사의 사적인 영역이 환자에게 알려지면 서로의 치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왜 안될까?

예를 들어 보자. 의사와 환자 관계에서 초기에 발생하는 전이 감정은 긍정적인(애정) 전이인 경우가 많다.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어온 환자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정신과 의사는 뭔가 자신을 구원해 주고 지켜주고 돌봐 줄 사람(영웅)처럼 느껴진다. 마음에 뭔지 모를 신뢰감 이상의 좋은 감정이 든다. 왠지 그 선생님과 더 가까워지고 싶고 그 사람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진다.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하게 되면서 반대로 선생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 물어보고 싶어 진다. 이 상황에서 치료자가 환자가 물어오는 개인적인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 나간다면 이 관계는 어떻게 될까? 어떤 상황에서도 치료자는 환자와 자신의 치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 관계는 사적인 친분관계가 아니라 치료를 위한 계약관계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변화

정신과 의사의 자기 공개에 있어 사회적 상황의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의사-환자 관계라면 "나는 의사고, 너는 환자야" 식의 다소 수직적이고 고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의사는 부족했고 환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환자는 어찌 되었든 의사를 믿어야 했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도 의사는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의사는 많아졌고 환자는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의사를 찾아서 간다. 다만 안타깝게도 대중에게 의사 집단은 더 이상 예전처럼 신뢰를 주는 전문가 집단으로 보이지 않는다. 돈벌이를 위해 과잉 진료하거나 잘못된 진료로 의료사고가 일어났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정신과 입장에서는 방송을 탄 유명 의사의 구루밍 성폭행도 큰 문제로 붉어졌다. 의료환경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진료 환경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느냐에 문제는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그렇다면 의사가 환자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 이전과 달리 여러 상황에 대해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우려와 시도

나는 앞으로 정신과 의사로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 공간을 통해 적어보려 한다. 주로 정신과 의사로서 개인적인 정체성을 나타내는 내용이 주가 될 것이다. 그중에는 비교적 사적인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고 주관적인 생각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전문 글쟁이가 아니므로 글쓰기는 정제되지 않았을 것이고 초보적인 실수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정신과 의사로서 책임질 수 있는 내용을 언급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경우에 따라서는 진료 상황에서 신뢰를 높일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려와 함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에게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찾아가는 과정이었으면 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신뢰감을 전달하는 기회도 된다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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