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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 May 20. 2022

엘에이 MOCA(현대미술관)을 가다!

나는 근사한 하루를 살아간다

엘에이 여행 중이다. 3주 동안 여행할 계획이다. 오늘은 다운타운에 있는 현대미술관 MOCA 중에서 Grand를 방문했다. MOCA는 주로 상설전시를 하는 Grand와 기획전시를 주로 하는 Geffen 건물이 별도로 있다. 원하는 전시가 어디인지 꼭 확인하고 가야 한다.



엘에이는 보랏빛 꽃, 자카란다가 한창이다. 이곳 햇살은 투명해서 그런지 보랏빛이 특별히 보라보라 하다. 시차 적응이 된 건가 싶으면 다음 날 또 늦잠을 자고 반토막 하루를 보내곤 한다. 오늘도 그랬다.


늦게 일어났지만 아무 옷이나 입고 나갈 수는 없다. 눈이 부실만큼 초록인 스커트와 파랑 짚업을 챙겨 입고 엘에이 거리로 나왔다. 살짝 흐렸지만 걱정이 없다. 곧 푸른 하늘이 나타나리라 믿으니깐! 역시나 30분쯤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이 나타난다. 캘리포니아는 태양이 다한다!


MOCA(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현대 미술관) 앞에 왔는데 티켓 판매하는 곳은 비어있고 큐알코드를 찍으라는 표시가 있다. 엘에이의 큰 미술관들, MOCA, Broad, Getty 등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며, 예약제로 운영된다. 특별 전시만 입장료를 받는다. 큐알코드를 찍고 코로나 백신 완료 확인증을 보여주고 입장했다. 리셉션에서 어디까지가 전시장인지, 몇 시까지 운영 중인지 가르쳐주고 오른쪽 입구부터 관람을 시작하라고 알려주었다.

모두를 위한 예술 -관람 무료


MOCA미술관은 크게 세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그랜드 애비뉴 (Grand Avenue)에 있는 본관, 리틀 도쿄에 있는 "게핀 컨템퍼러리 아트 MOCA", 웨스트 할리우드에 있는 " 퍼시픽 디자인센터" 이 세 곳이다. 1974년에 후원자들의 기부로 창립되었고, 1979년에 당시 시장이었던 톰 브래들리 (Tom Bradley)가 미술관 설립 준비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1983년에는 캐나다 출신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 (Frank Owen Gehry)가 설계를 맡은 "템퍼러리 컨템퍼러리"가 오픈했다. 1996년에 음반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데이비드 게핀(David Geffen)이 500만 달러를 기부하여 보수공사를 진행함으로써 이후 게핀관이라고 불려진다.


현재 MOCA Grand에서는 ‘집’에 관한 주제로 전시가 진행 중인데 입구부터 백악관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 설치 되어있었다. 비닐을 바느질해서 설치한 백악관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방에는 거울 벽돌과 무지갯빛 천정의 집이 설치되어 있었고, 레드 그린 블루 세 가지 칼라의 방은 신발에 덧신을 신고 들어가 볼 수 있는 체험을 할 수도 있었다. 평생 빛을 연구하고 작품을 해 온 카를로스 쿠르즈 디에즈(Carlos Cruz-Diez )는 한국에서도 여러 번 전시를 했던 친숙한 작가이기도 하다.


카를로스 쿠르즈 디에즈(Carlos Cruz-Diez ) 작품


백악관( The White House) -

로드니 멕밀란 Rodney McMillian


옆 방으로 건너가니 마크 로스코의 다섯 작품들이 맞아주었다. 레드, 시에나 퍼플, 다크 그린 등 로스코의 색들이 한 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워낙 작품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나 자신도 작품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겹치고 겹치다 보니 오히려 투명해진 어떤 지점에 있는 칼라가 로스코의 칼라이다. 한국에서 전시할 때, 음악과 설정이 명상적이었고 그것이 작위적으로 느껴졌었는데 지나친 조명과 명상음악 없이 담백하게 감상하니까 로스코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크 로스코(Mark Rothco)- RED


백남준이 있었다. Global Groove라는 28분 30초짜리 작품이었는데 1973년에 이런 미디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특히 첼리스트가 인터뷰를 하다가 화면이 클로즈 업 되면서 미디어 매체를 연주하는 장면은 오늘날 기술과 예술의 공존을 예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십일세기에 예언자가 존재한다면 아마 예술가가 그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미래를 예언하는 듯한 실크 스크린 작품의 질문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시에 TV의자가 미래적이었다면, 현재 스마트 폰의 위력을 고려했을 때 미래에  ‘기술과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공존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백남준- Untitled. 실크 스크린.


여행의 참맛은 역시 사람인가. 돌아오는 길에 우버 안의 음악 취향이 좋아서 라디오냐고 물었더니 본인의 플레이리스트라고 대답했다. 카니에 웨스트, 롤링스톤즈, 비요크까지 신기할 정도로 취향이 통했던 음악 덕분에 대화가 이어졌다. 비요크가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라는 영화의 주연이었던 것을 몰랐던 우버 청년은 비요크가 연기도 했다는 사실은 몰랐다며 깜짝 놀랐다. 하긴 2001년도 영화니까 청년 기사가 몰랐을 수도 있겠다. 음악을 하고 있으며 시카고에 살다가 엘에이에 온 지 2년이 되었다고 했다. 나에게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서울이 어떤 도시인지 물었고 여러 짧은 주제로 얘기하다가 꼭 꿈을 이루기를 바라며 다시 이 차를 타기를 바란다며 차에서 내렸다. 우버 친구는 스펠링을 재빨리 읊어 주었고 인스타에서 만나자고 하며 짧은 만남의 끝을 맺었다.


어디를 가든, 짧게 스친 인연이라도 그것이 주는 찰나의 따뜻함은 큰 선물이다. 그는 나의 소망이 이 루어 지를, 나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우리는 진심이었다.


이만하면 근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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