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예쁘게 차려입고, 멋 부리며 뭐하냐고요? 젖 줍니다

자존감 뿜뿜! 수유할 때도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by Leena

아침이면 저는 아가 엘림이가 일어나는 시간보다 빠르면 1시간에서 늦어도 30분 전에는 일어나 수유 준비를 합니다. 수유 준비라 하니 뭔가 싶으시죠? 젖 주는 일에 무슨 준비가 필요하다는 거지? 싶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수유 준비란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제 한 몸을 목욕재개한 후 최대한 예!쁘!게! 꾸밉니다. (ㅋㅋㅋ 아무 데도 못 나가고 아무도 못 만나고 집에만 있으면서 이게 무슨 필요인가 싶으신 거 다 압니다) 둘째로, 엘림이와 낮 시간 동안 거실에서 생활하며 수유할 수 있도록 수유에 필요한 물품들을 잠자는 방에서 거실로 옮겨 둡니다.


예쁘게 꾸미는 일이 대체 아이 젖 주는데 왜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먼저는 출산 전 제 자신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임부복이나 수유복 등 편한 옷은 일부러 깨끗하게 빨아 예쁘게 정리하여 최대한 손에 닿지 않는 옷장 선반 구석에 넣어두었습니다. 세상 편한 옷인데 좀 더 입을까... 망설여졌지만 가까이 두면 그 낙낙한 편안함에 매료되어 자꾸 수유복과 임부복만 입을 것 같아서요. 그것은 이전의 나로 돌아오는데 큰 장애물이 됩니다. 댓츠 노노! 임신 & 출산 전에 입었던 옷들을 몸조리 일주일 차부터 꺼내 입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상의는 수유하기 편한 단추 달린 셔츠 종류나 블라우스 등등을 입고 있고 하의는 여러 가지를 시도 중입니다만 제왕절개로 인하여 상처가 치골 근처에 있기에 골반 바지를 피해 배바지 위주로 입고 있습니다.


임부복이나 수유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기로 작정한 후 처음으로 야심 차게 꺼내 입었던, 임신 전 엄청 아꼈던 Mum jean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아직 원상 복귀되지 못한 채 여전히 나와있는 배 덕분에 단추와 지퍼가 서로 잠기지 못했지요.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은 웃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2018년 7월 8일, 출산 후 2주. 야심차게 꺼내입은 Mum Jean은 지퍼부터 안 올라간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다음날 다른 청바지 입기를 시도해 봤습니다. 이번에 입은 청바지는 탄력성이 있는 청바지라서 그런지 대성공!


2018년 7월 9일, 출산 후 2주. 출산 전 입었던 청바지가 드디어 맞는다.


이 모든 멋 부리고 수유하기의 시작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아가 엘림이를 낳고 집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엘림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는데 예쁜 엘림이 옆에 이게 웬걸... 퉁퉁 부은 얼굴로 꼬질 맞게 질끈 묶은 머리에 펑퍼짐한 옷을 입고서 웃고 있는 제 모습에 충격을 먹었습니다. 이게 뭐람... ㅠㅠ 나중에 엘림이가 많이 자란 후에도 이 사진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안 드는 엄마가 된제 모습을 보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사진만큼은 공개하지 않을게요... 그냥 제 하드에만 보관할게요... 또르르르...)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 엘림이 네가 다 자라고 나면 아기였던 너와 함께했던 엄마의 젊고 예쁜 모습을 사진으로나마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엘림이 너에게 자신 있게 어릴 적 너와의 사진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나 스스로를 열심히 가꾸고 사진 찍겠어!'


그렇게 시작된 꾸미고 수유하며 엘림이와 사진 남기기, 역사적인 첫 셀카.


2018년 7월 5일의 사진. 출산 후 9일.

아직은 부은 얼굴이지만 정갈하게 머리 빗고, 작은 진주 귀걸이도 하나 차보고, 화장은 못하지만 눈썹이나마 그리고서 사진을 찍으니 한결 봐줄 만 해졌습니다. 그래 좋았어! 용기를 가지고 좀 더 멋을 내보자! (ㅋㅋㅋ)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정갈하게 머리 빗고 눈썹도 그리고 액세서리도 착용해봤습니다. 이날은 목걸이로 포인트를!

2018년 7월 6일의 사진. 슬링( Sling)안에서 잠자는 엘림이가 귀여워 사진 한컷.

가만 보자.. 몸조리 때문에 외출도 못하기로서니와 수유 때문에 염색이나 펌도 하지 못하니 괜스레 헤어스타일이 더욱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때면 늘 찾아오는 앞머리병. 앞머리를 잘라볼까...?


미용실 못가는 한을 앞머리에 풀어보자.


엘림이와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어 나 스스로를 꾸미는데 열심을 내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출산 이후 망가진 몸으로 인해 낮아졌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멋 내고 수유하기! 출산 후 변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우울하신 수유부들께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sticker sticker


어쩐지 시크해 보이고 싶었던 어느 날에는 올블랙으로 멋좀 내보았습니다. 그간 질리도록 신은 수면양말을 벗어두고 드디어 낮시간 동안에는 일반 양말도 신을 수 있게 되었고요, 마침 블랙 바디슈트를 입은 엘림이와 셀카도 한 장 찍어 봤습니다. 회사에서 돌아온 신랑은 ‘오- 오늘 패션 멋진데? 아티스트 같아! 나중에 외출할 때도 이대로 나가도 멋지겠어!’ 하고 칭찬해주었답니다.


2018년 7월 11일. 엘림이와 함께 올블랙. 시큰한 손목때문에 아대는 보너스.


실은 우리 부부, 출산 전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답니다.

'아기를 키워도 우리, 육아에 찌든 모습 말고, 젊고 예쁜 건강한 모습 잘 유지하자! 옷도 예쁘게 입고 집도 예쁘게 가꾸면서.'

물론 좀 더 자고 싶고 쉬고 싶은 시간에 귀찮음을 이겨내며 멋 부려야 하지만, 출산 전 약속을 지키며 살 수 있어서 참 감사하는 요즈음입니다.


수유부로서 멋 내고 꾸미면서 액세서리에 신경을 부쩍 쓰게 됐습니다. 아이와 얼굴을 맞대고 볼을 자주 비비고 싶어서 피부 화장을 아예 하지 않기로 작정한지라 (그러나 눈썹은 그려야 합니다.. 모나리자의 비애... 입술에 틴트 립밤도 필수이기는 합니다ㅋ) 화장 대신 액세서리를 택해봤습니다. 목걸이를 하면 두배 더 예뻐 보이고, 귀걸이를 하면 세배 더 예뻐 보인다더니 정말 그런 것만 같아서 아가 엘림이와 더 열심히 함께 있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2018년 7월 12일. 엘림이와 함께. 저 귀여운 입술을 어쩌면 좋을꼬!


2018년 7월 12일. 엘림이와 함께찍은 사진 중 가장 아끼는 사진 중 하나.


제가 그전처럼 '애엄마가 편한 게 최고지!'하며 꼬질꼬질한 모습이었다면 사진에 찍히고 싶지도, 찍고 싶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하루하루 크는 엘림이와 예쁜 모습으로 인증샷을 남길 수 있어 참 감사하고 좋습니다.


작은 노력으로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건강한 마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멋냄으로 회복한 (ㅋㅋㅋ) 자존감입니다.

2018년 7월 12일. 직장에도 안나가면서 직장인인척.


이날도 저희 친정엄마께서는 몸조리하면서 수유복 안 입고 너 같은 애는 첨 본다면서, 무슨 날마다 패션쇼를 하냐셨지만.. 네 그래요 저는 제 만족에 삽니다.. 예쁘게 입고 자존감 뿜뿜 하면서 엘림이 젖줄 겁니다. 솟아라 긍정 에너지!



2018년 7월 20일. 턱에 손 괴는건 어디서 배웠니 귀여운 엘림아 :-)


예쁜옷을 입으며 자존감 뿜뿜! 7월 16-20일.




2018년 7월 22일. 엘림이의 두번째 슬링, 코니 아기띠. 대박 추천 육아템.
2018년 7월 26일. 아기 낳고 처음으로 풀메이크업을. 주일 예배 전 엘림이와 함께.


2018년 8월 5일. 주일예배 전. 엘림이와 함께 겨자색 커플룩을 맞춰입고서.



2018년 8월 12일. 주일 예배 전. 엄마와 두번째 커풀룩을 맞춰입고서. 점점 엘림이가 커간다 :-)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입니다. 우리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에서 젖만 주는 수유부 일지라도 예쁘게 꾸미고 자존감 뿜뿜하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