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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파랑 Feb 21. 2019

Attention, 도파민 주의보

쉽게 사랑에 빠지지 말 것. 

나를 어릴 때부터 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쉽게 사람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아니, 약간 다르게 말해보자면 일단 만나는 모든 사람을 좋게 생각한 후에 일일이 배신당하고 상처 입는 타입이다. 애초에 의심 없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디폴트 값이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이 대부분의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 사는 건 내 마음 같지 않아서 결국에는 멀어지는 사람들이 있고 때로 그 정도가 심하다면 인간에 대한 지독한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이성을 대할 때도 그와 비슷하다. 사랑에 빠지는 데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치자. 누군가는 첫인상에서 받은 호감을 순식간에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지속적인 관계 맺음을 통해 호감이라는 감정을 쌓아나가며 상대에게 서서히 스며들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높은 확률로 전자에 가깝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좀 거창하지만, 누군가를 마주할 때 첫인상부터 호감을 느낄 때가 있다. 외모나 분위기, 아니면 어떤 태도에서 '엇, 좀 괜찮은데?'라고 1차적인 판단을 내린 후,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계기들을 통해 서서히 호감으로 발전한다. 물론, 상대를 알아가다 보면 높은 확률로 '에이, 그럼 그렇지'하고 바로 전투의지를 상실하곤 하지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상처 받는 걸 두려워하는 편이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너무 감정 소모가 크기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는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항상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이만하면 연애를 하지 않는(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도 될까? 무슨 일이든 적당히가 없고 냉탕 아니면 온탕, 즉, 끝을 봐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사랑에 있어서도 한번 사랑에 빠지면 그 크기가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누군가를 좋아하는 쪽으로 기우려고 하는 마음이 지금의 나를 얼마나 혼란스럽게 하는지 짐작이 가나?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상처 받지 않기 위해) 마음속의 벽을 워낙 공고하게 세워뒀기 때문에 근 몇 년간 누군가를 좋아해 본 기억이 없을 정도인데 (물론, 덕질 말고요. 덕질은 회피의 한 형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자꾸만 마음이 균형을 잃어버리는 것이, 그래서 내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두렵다. 작은 행동 하나와 말 한마디에도 미친 듯이 파도를 타고 있단 말이다. 멀미나. 오늘따라 유난히 심란하길래 수업 끝나고 공부를 조금 한 후, 쇼핑하러 가서 여기 오고 처음으로 옷을 샀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아졌다. 

아무튼 환경이 바뀌니 설레는 감정도 생기고 인생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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