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INFJ 답게 가면이 많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가면이 편하기도 하다. 내가 나의 가면을 쓰고도 모범적으로 자라왔다면 그 가면은 신뢰할만한 것의 방증일 수 있으니 가면을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다.
체코 선교를 가는 유럽 열차 안에서 목사님은 가면에 대한 고민을 말하는 나에게
친구에게 너는 가면이 몇 개니?
이렇게 말하며 웃어넘기라고 하셨다.
자기 교만과 스스로를 미워하는 마음,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과 그렇지 못한 현실 속에서 피어난 썩은 곰팡이들이 버섯처럼 자라나던 날들도 있었다.
나는 평범한 가정에 대한 선망이 있다.
하지만 우리 집은 이혼가정이며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빠는 재혼을 하셨다. 재혼한 새어머니에게는 딸과 아들이 있고(건네 듣기로) 딸은 한번 실제로 길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
그 딸에게는 스코틀랜드 남편이 있다.
우연히 마주친 날은 나와 내 예비남편 그리고 아빠가 등산을 마치고 번화가 길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다가였다. 아빠는 짧은 시간에 그들을 지나치며
하이
하며 웃어 보이셨다. 나에게는 한국말로
이래서 죄짓고 살면 안 돼
를 말씀하시며
요즘 아빠는 영어공부에 열중이시다. 꾸준히 뛰어가는 자라를 마라톤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노루같이 생긴 나는 아빠를 바라보고 있다.
아빠와 더불어 영어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가끔씩 마라톤 경주장에 나타나는 토끼 같은 동생들과 더불어 말이다.
얼마 전에는 영국으로 떠나버린 새어머니와 유진 언니를 두고 덩그러니 남은 아빠의 스코틀랜드 사위와 만난 적이 있다. 우리 가족은 귀농이 아닌 귀촌을 선택한 아빠의 경기도 양주 소재 전원주택에서 만났다. 착한 돼지정육점이 적힌 차양, 태양광 패널, 조금은 낡은 발코니의 가구들..
당근마켓 러버인 아빠의 사소한 취향들이다.
최근에는 어느 택배기사에게 받은 디스크치료 침대가 제 기능을 못한다며 아예 새로 구입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통이 큰 아빠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이는 택배기사와 같이 납품일을 하는 아빠의 허리를 이해하기보다 비용걱정 먼저 하는 나의 이기적임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이튼 아빠는 그날 둥지 위로 가족들과 모이는 새 이야기를 신나서 하였고 그날도 우리 가족은 다투었고 나는 자리를 박차고 예비남편과 집으로 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는 대화를 나누던 스코틀랜드사위는 물 마시러 간 사이 벌어진 일을 예비남편의 사과로 어렴풋이 이해하며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포장지에 담긴 우리 가족은 새댁인 내가 요즘 만드는 시금치 요리만큼 형편없다. 내가 만약 자기 계발서를 쓴다면 이런 내용일 것이다.
1.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개천은 죽어난다. 하지만 자신이 용이될 자라는 게임 타이틀 같은 운명을 어렴풋이 느낀다면 그대는 미끌미끌한 지느러미를 갖기를 소망하고 말은 줄이되 주변을 경청하라. 그리고 부디 용이 된다면 살기 좋은 개천들이 많은 생태계를 만들어 도롱뇽 같은 그대들의 가족들을 그 개천으로 옮겨주시길. 만약 실패하더라도 그대의 미끌미끌한 지느러미로 도롱뇽이 되어 그 개천에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면 된다.
2. 나에게는 사도바울의 가시 같은 희귀 난치 정신질환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당신이 아프다면 이를 받아들여보자. 그리고 그 아픈 질환이 말하는 바운더리를 벗어나 꿈을 갖고 습관을 만들어보자. 여기서 말하는 흔한 질환은 번아웃, 우울증, 공황장애 등 일수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투정 부릴 수 있는 상대도 두자. 어리광이나 응석 말이다. 그 모습을 어린 딸 같이 봐주는 남자친구가 있기에 나는 큰 행운이다. 하지만 연애할 때 찡찡이가 되지 말라는 것은 내 주변 교회 언니의 일침이다.
3. 자립하는 것은 인생의 큰 목표다. 인생의 굴곡점 중학교, 고등학교 학창 시절 기초생활수급자였던 내가 기초생활 수급자를 벗어나 중위소득을 버는 직장인으로 (현재는 질병퇴사 중이지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가던 길을 가는 거였다. 그리고 내 인생의 부유했던 시절을 통해 자존감은 챙기고 가난했던 시절을 통해 지혜를 배웠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걸었다.
현재까지 31살 인생을 돌아보면 이 세 가지가 내가 내세울만한 철학인 것 같다.
우리 가족에 대해서? 그건 내가 좋아하는 영화 미스리틀선샤인의 한 구절을 적으며 다음번에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프루스트는 말했다. "가장 고통받았던 지난날들이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이었다" 인생은 망가지는 거야 그리고 나중에 그날을 생각하며 웃는 거다!
마지막에 가족들이 무대 위에서 같이 춤추는 씬은 웃기면서도 눈물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