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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Jan 20. 2022

"가죽공예가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 내 꿈은 무엇일까?

"가죽공예가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응, 가죽으로 여러 가지 공예하는 사람."

"그럼 무슨 공예하시는데요?"

"이것저것 만들지~ 가방도 만들고 소품도 만들어~

 어떤 것이든 가죽을 소재로 손으로 직접 만들면 가죽공예가야~ 한계가 없어"

"아~~ 신기해요!"


꿈의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많이 받은 질문이다. 정말 말 그대로 가죽을 소재로 다양한 수공예를 하는 사람이다. 물론 가죽공예도 다 같은 공예는 아니다. 나처럼 일반적인 가죽으로 가방이나 소품을 제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죽으로 신발을 제작할 수도 있고, 통 가죽에 무늬나 그림을 넣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표현하는 분도 계시다. 소재가 가죽이면 어떤 한계가 없다. 아직 내가 범접하지 못한 멀리 있는 세계에 계신 분들도 정말 많다.

인류의 역사와 가죽공예는 그 시작을 함께한다. 나의 공방 마크에는 3:12라는 글씨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묻곤 한다.

"왜 3시 21분이에요?"

그  이유는 남편의 아이디어로 성경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   
-창세기 3장 21절-

공예의 역사를 너무 크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요?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유가 좋았다. 인간이 시작한 공예 중에 가장 오래되었고 오늘날까지  공예를 계속 이어 가고 있는 역사 깊은 공예가 바로, 가죽 공예라는 것이다. 내가 이러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가죽공예의 명맥을 조금이나마 이어가는 것이다. 물론 오랜 역사 속에 가죽공예의 방법이나 공정과정은 엄청난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방식은 그대로 이어져 가고 있으며 작업 도구들의 이름이나 준비과정 하나하나는 비슷하게 이어가고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가죽 공예인들은 이런 명맥을 이어받아 평생의 업으로  가죽공예를 하고 계실 것이다. 나는 이런 분들에 비하면 보잘것없고 작다. 하지만  보잘것없고 작은 내가 가죽공예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세상에 많은 사람들에게 가죽공예의 멋진 역사를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수업을 시작할  내가  하는 말이 있다.

"여러분들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역사를 함께한 가죽공예의 명맥을 지금 함께 이어가는 것입니다.!"


처음 가죽공예 글 직업으로 택할 때 나의 남편은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었다. 그런데, 나의 친정 엄마는 반대했다. 몸 상하고 돈도 못 버는 일이라고 하셨다. 공무원 하는 것이 더 나은데, 누구 사촌은 지금도 공무원에 합격했다더라 하시면서 계속 공무원 이야기를 하셨다.

그 말에 숨이 턱 막혔다.

공무원에 합격할 자신도 없지만 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이때까지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고 살아왔다. 부모님 뜻대로 대학과 과를 정해서 갔고 취업을 했다. 내 뜻대로 정한 일이 별로 없었다. 당시에는 크게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없었지만 늘 막연하게 공무원이나 선생님을 말하시는 부모님 앞에서 나는 늘 작은 존재였다. 뭐 하나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는 사람, 그나마 공부는 열심히 하면 되니까 잘하겠지 하시는 것 같았다. 물론 좋은 직업이니까 내가 편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이실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왜 그렇게 그 말에 숨이 막힐까? 나의 성향이나 잘하는 것을 봐주시지 않고 남들 보기에 좋은 직장, 편한 직장을 원하시는 것일까? 어렸을 적에 꿈이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모두 부모님의 뜻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나는 내 뜻대로 가고 있다. 잘 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내가 갔고 내 의지대로 살았으니 잘 돼도 못돼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가죽공예는 나에게 더욱 각별하다. 처음 내 길을 간 시작이었다. 일이 어렵고 힘들 때가 더 많았지만 내가 혼자서 이를 계획하고 배우고자 하는 것을 깨닫는다.

올해 계획 안에 다시 새로운 분야의 가죽과 새로운 방식의 가죽공예를 배우자고 마음을 돌렸다. 돌이켜보니 내가 내 직업에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함을 결국 내 실력을 나 자신이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는 가죽공예를 그저 하고 있다는 만족감에서 벗어나 더욱더 높은 실력으로 가기 위해 다져나가야겠다. 배우고 또 배우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겠다.

언젠가 어둠이 걷히고 구름이 물러나고 새로운 빛이 들 때가 올 것이다. 나를 믿자.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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