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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Mar 25. 2022

나를 위한 '나 홀로 생일 나기'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나 홀로 생일 나기' 중 이런저런 생각들.....

오늘이 정확히 생일은 아니다. 주말에 끼어있어서 도저히 생일을 홀로 보낼 수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급히 나왔다.

아이들과 아웅다웅 코로나 상황을 2주일간 보내고 겨우, 이번 주에 되어서야 겨우 홀로 되었다.

막상 머릿속에 계획했던 작업들을 하려는데 갑자기 온몸이 아팠다.

지난 집콕 생활로 인한 게으름인 것인지 진짜 코로나 후유증인지 몸이 무겁고 아팠다.

누워있다 시계 보면  오후가 되어있고 , 저녁시간이고....물을 흠뻑 머금고 있는 솜이불처럼 늘어져서 누울 곳만 찾아다녔다.


그러다 어제 문득,  케이크 전문 카페가 생각났다.

일산에 처음 왔을  혼자 와본 적이 있었는데  좋았던 곳이었다.  기억이 맞다면 5 ? 생일 혼자 와서는 한참을  때리고 쉬며 보냈다.


그 여유로운 시간이 좋아서 다시 생각이 났던 걸까?

서둘러 검색해보니 아직도 영업 중이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날씨는  이리 꿀꿀한지 나가기 전까지는 몸도 마음도 축축 늘어졌다.그런데 막상 밖을 나오니 그냥 모든 것이 좋았다.  좋아졌다.

밖의 공기도 좋고(미세먼지 폭발로 인해 미세먼지 저감용 청소차가 다님에도 불구하고)

마냥 좋았다. 발걸음도 점점 가벼워졌다.


가는 길에 도서관도 들려서 예약한 도서도 찾고 서둘러 카페에 갔다. 걸어가기 조금 멀었지만 가고 싶다는 열망이  커서 인지 가깝게만 느껴졌다.

카페는 예전과는 좀 달라졌지만, 예전에 엔틱한 분위기와 고급스러움은 그대로 뭍어나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카페와 달리 독립적인 공간도 많았고 예쁘고 빈티지한 소품들이 내 마음을 끌어당겼다.

예전에 왔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빈티지하고 엔틱 한 가구들과 분위기가 절로 미소 짓게 했다.

주중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없어서 혼자 조용히 다니며 두런두런 구경을 했다.  트래블러 다이어리도 함께 사진도 남겨주며 장소 하나하나 보며 사진을 남겼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 빈티지에 빠져서인지 마음에 드는 장소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매일 오고 싶다 매일 오고 싶다'

마음속에 매일 오겠다는 다짐이 가득 차기 시작할 무렵 손님들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 많은 자리가 있는데   테이블을 차지한 손님들이 고요를 깨기 시작했다. 그래, 카페는 원래 이런 곳이지. 나의 상상 속에 고요한 놀이터가 아니다. 마음을 접고 혼자

책을 읽고 글도 쓰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람 구경 오랜만인지 앞 테이블 손님들의 대화가 자꾸만 귀에 들렸다.

결혼 고민 얘기 같아서, 자꾸만 끼어들고 싶어졌다

'고민되면 하지 마세요! 결혼하면  고민거리 쌓입니다!'

그러는 중에 멋쟁이 노신사분이 들어오셨다. 뒤를 이어 더욱 멋쟁이 노부인이 들어오셨다.

두 분은 아마도? 부부로 보였다.

다정한 부부는 서로 배려하며 주문하시고는 조용한 자리에 앉아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너그럽고 부드럽게 대화를 나누셨다.


방금 전까지 결혼하지 말라던 내 마음과는 다르게 이제는 결혼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래, 나는 저렇게 늙고 싶다. 나이 들어서도 단둘이 카페도 가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부부 사이

오만 생각 속에 혼자 보내는 카페 놀이는 무르익어간다.

내가 5 전쯤 생일에 이곳에 왔을 때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일기를   같은데 찾을 방법도 없고 아쉽다.  순간의 나를 기록하기 위해 글을 쓰는  순간이  소중하다는  다시 깨닫는다.

지금처럼 글을 남기면 그때의 나를 찾기 쉽지 않았을까?

그때도 뭐 지금 생각과 별 다를 바 있었을까?

달랐으려나? 달랐다면 뭐가 달랐을까?

이제 곧 몇 년 뒤면 나도 앞자리가 바뀐다.


나는 무엇을 해놓았을까? 내년 생일에는.. 아니 앞자리가 바뀌는 생일에 나는 달라져있을까?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을 텐데....

아니야, 나를 더 사랑하는 삶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런 나를 사랑하면 좋겠지?

머릿속에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이 점점 커지고 있다.


 몸도 마음도 매일 발전하는 삶, 동시에 나를 더 아껴주고 사랑하는 삶


그래, 그거면 될 것 같다. 더 이상 뭘 원하겠는가?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 홀로 생일 나기' 점점 좋다. 매해 이렇게 보내고 싶다. 홀로 조용히 보내보니 더욱더 내가 살고 싶은 방향을 알게 된다.

오늘처럼 일 년에 하루는 나를 생각하고 싶다.

지나온 세월, 지난 시간은 돌이킬 수 없지만 오늘부터의 나는 바꿀 수 있다.

나는 지난날의 나와 화해하고 있다. 원망했고 부족하다고 채찍질했던 지난날의 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

얼마 전 나를 위한 트래블러 다이어리 만들기를 하며 더욱 느끼게 되었다.

나를 사랑하자! 나를 아껴주자! 나를 귀하게 대접해주자!


앞으로의 나의 생일은 , 하루라도 너그럽게 나를 봐주고 아껴주며 사랑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해보며 오늘처럼 보내고 싶다.

 

갑자기 아까의 궁금증이 풀렸다. 지난 5년의  세월들에 궁금증이 풀려간다.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지난날의 고민들이 생각나고 있다. 엄마라 그런지 역시 작은 아이의 나이를 계산해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작은 아이가 4-5살 무렵 고 작은 입으로 깜찍하게 나에게 물었다.

"엄마, 나는 우주비행사도 되고 싶고 과학자도 되고 싶고..되고 싶은  엄청 많아. 엄마는 뭐가 되고 싶어?"

"엄마는 어릴 때, 기자도 되고 싶었고 심리학자도 되고 싶었고 엄마도 되고 싶었어. 엄마 된 거 하나는 이뤘네?"

"엄마, 그럼 지금 하고 싶은 건 뭐야?"


말문이 턱 막혔다. 그날 후로 많은 생각을 했다. 이것저것 배웠고 나를 위한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지난 5년의 궁금증이 풀려간다.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지난날의 고민들이 생각났다.

늘 고민해왔다. 난 뭐가 되고 싶을까? 뭘 하고 싶을까? 열정이 넘쳐서 무엇인가를 해내려 애쓴 시간도 있고

그러다가 좌절하고 포기한 적도 많다.


도서관에서 추최 하는 연극도 참여해보고, 뜬금없이 피아노도 배워봤고, 심리학 프로그램도 참여했다.

스피닝 강사를 꿈꾸며 스피닝도 열심히 해봤다. 쓰다 보니 정말 이것저것 다양하게도 했다. 그러다가 가죽공예를 시작했고 4년째  담고 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나름의 계획도 짜며 살게 되었다.

지난 세월 헛되지 않았구나, 다시금 느끼게 된다.

게으르다고  해놓은  있냐고 는데,  바빠도 움직이며 살았구나. 고맙다 나에게,  고맙고 감사하며 살자.


난,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고 잘 살 거다!

오늘의 결론! ^ㅡ^VV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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