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루보다 현실적인 보너스
월급루팡. 일하지 않고 돈 버는 삶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겠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나는 가끔씩 교실에서 월급루팡을 한다. 엉뚱한 아이들 모습에 푸하하 크게 웃게 될 때가 그렇다. 그런 순간은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돈을 버는 당연한 이치를 잠시 잊게 만든다. 사소한 일이 터무니없이 웃겨 하루가 가벼워진다. 그런 순간을 몇 개 소개하고 싶다.
교실 바닥에 둥글게 둘러앉아 직업 맞히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문제 출제자가 원 중앙에서 팔을 뒤로 젖혔다가 힘껏 앞으로 지르고, 무언가를 요리조리 당기는 척하면 다른 친구들이 어부를 맞추는 식이였다.
땡글땡글 눈이 큰 친구는 시작부터 비장했다. 갑자기 교실 앞문으로 가더니, 미닫이 문을 딱 본인 몸만큼 열고 자신의 몸을 끼웠다. 땡글한 눈과 마주한 교실 안 우리는 모두 고민했다. 무슨 직업인가 저것은……. 문지기? 문지기 말고는 어떤 것도 떠올리지 못하던 우리에게 눈이 큰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아, 방귀를 좀…… 헤헤’ 우리는 순간 멈칫하다가, 이내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학년말 과자 파티를 하는 날 아침, 교실은 평소보다 더 부산했다. 매일 준비물 챙기기를 잊는 아이도 과자 가져오는 것은 절대 잊지 않는 법이다. 가져온 것을 자랑하며 신나고 흥분한 아이들 목소리 사이로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꾸 열지 말라고! 안 시원해진다고!”
뭘 열지 말라는 건지 싶어서 가보았다. 한겨울 차가운 창틀 위에 탄산음료와 초코 우유가 줄지어 놓여있었다. 아이들은 자기 음료도 넣어두고 싶어서 냉장고 문을 자꾸 여닫았다. 조르륵 놓인 음료수가 너무 귀여웠다. 냉장고 소식을 듣고 구경하려고 온 아이들과 어이가 없어서 함께 웃었다.
스승의 날 기념 선생님 시험을 낸 적이 있다. 시험이라면 질색하는 아이들도 담임 선생님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나이 같은 얼토당토않은 문제를 풀 때는 키득거리며 좋아한다. 마지막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 반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보다 잘하는 것이나 좋은 점을 세 가지 쓰세요. (더 써도 됨)’
아이들 시험지를 걷어서 보며 귀여운 알랑방귀에 흐뭇하던 중 마지막 문제를 풀지 못한 시험지를 발견했다. 빈칸 아래에는 큰 절을 하는 듯한 그림과 ‘반성의 그랜절’이라는 여섯 글자가 있었다. 굉장한 고민 끝에 써낸 답인 듯 보였다. 혼자 한참 웃었다.
감정에도 관성이 있는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은 끝 모르고 이어진다. 그럴 때 예기치 못한 웃음의 힘은 강력하다. 푸하하 정신없이 웃다 보면 지치고 우울했던 감정이 단번에 끊어지곤 한다. 나에게, 우리 반 아이들과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런 웃음이 자주 찾아왔으면 한다.
나는 업무 메시지를 보낼 때 마지막 인사말을 자주 고민한다. ‘감사합니다.’로 끝내자니 심심하다. 가까워진 퇴근 시간을 보고 '즐거운 퇴근길 되세요.'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많이 웃는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은 쓸까 싶다가도 낯간지러워 매번 쓰지 못했다. 내일은 한번 써볼까 싶다. 모두에게 기대 못한 푸하하 보너스가 자주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