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다 일어났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늘려가며 지도를 보려니 답답함이 목까지 차고 올라 더 이상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노트북을 열었다. 어둠 속에서 반짝하고 나타나는 노트북 화면이 꽉 막혔던 체증을 순간 해소해 준다.
며칠 전 대학 선배가 여행길을 물었다. 타주에 살고 있어도 20여 년의 미국 살이를 하고 있는 그가, 게다가 캘리포니아가 처음도 아닌 그가, 낯설게 있다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그의 카톡 문자는 일정을 고심한 만큼 길게 쓰여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그는 9월, 한국에서 오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이 주간의 캘리포니아 여행을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선배가 정한 여행 루트를 지도로 따라가 본다. 그의 설렘과 흥분이 나에게도 스며든다. 그들은 9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만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