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은 잠시 지나치셔도 좋습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촬영 장소를 답사하는 와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간 될 때 연락 좀 해줄 수 있을까'라고 남겨진 카톡을 보고도 그냥 별일 아니겠지 싶어, 너무 늦게 연락을 확인해서 내일 전화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와이프가 급성 백혈병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어.'
내가 무슨 메시지를 읽은 건지 온전히 이해하기도 전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 7살 때부터 본, 한 때는 선생님이기도, 친한 언니이기도 했던 분의 남편이 횡설수설하며 이야기를 전했다. 1년에 한두 번은 보는 사이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아무런 징조도 없었는데, 중환자실에 누워있다는 게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모바일 부고장을 받았다.
말도 안 되게 이름 앞에 "故"가 붙어있는 게 믿을 수 없었다. 그날 하루는 중간중간 멍해지긴 했지만, 눈물이 나진 않았다. 실감이 안 나서 뇌가 인지를 못한 건지 그냥 눈물이 나지 않았다. 제법 멀쩡하고 이상한 하루를 보낸 뒤 다음날 장례식장을 찾았다. 영정사진 앞에 서니까 그제야 눈물이 났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 앞에 멀쩡한 영정사진이 있을 리가 없었다. 언제 찍은 지도 모른 셀카에 배경을 흰색으로 바꿔놓은 이질감이 드는 영정사진이었다. 그래서인가 영정사진을 봐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힘들 때마다, 내 모습이 초라해서 차마 연락을 할 수 없을 때에도, 아무 이유 없이 불러서 맛있는 걸 사주셨다. 스냅 작가일을 시작하고 너무 바빠져서, 조만간 내가 이 일을 한다고 얘기하며 맛있는 밥 한번 사드려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장례식장에 들어가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가까운 이의 부재를 실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카톡 프로필은 여전한데, 이제는 다신 답장을 받지 못한다.
앞으로의 만남을 약속할 수도 없다.
이제는 과거의 사진 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어떠한 후회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낯선 이 감정을 참아내기가 힘들어서 친구에게 털어내보려고도 했다. 금방 한계에 도달했다. 슬픔은 오롯이 내 몫일뿐이었다. 이렇게라도 글로 쏟아내며 털어질까, 언제 내릴지 모르는 글을 써본다. 나는 애석하게도 내일을 또 살아야 하니까. 나는 미어지게도 이 슬픔을 견뎌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