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 낸다는 것은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소화시켜내야 하는 사람의 일상일 것이다. 매일 뭐 먹을지 고민하고 몸에 좋은 것을 찾아먹는 일상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요즘은 식대가 피부에 와닿을 만큼 많이 올랐다. 야채값이며 가스, 전기 서민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가해진 것은 사실이다.
대학생 1천 원 밥상 아침에 100~150명 선착순으로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인기가 많다고 애기가 나온다. 아침 한 끼 먹기 위해 일찍 일어나 줄을 서고 늦게 가면 식사를 못한다고 한다. 직장인과 학생들에겐 하루 한 끼 저렴하게 먹는다는 일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현실이 되고 있다. 허기를 때워야 하는 의미로는 편의점의 간편식을 이용하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편의점식도 잘 나오는 편이기도 하다.
부모님은 밭에 농사를 지으신다. 힘들지만 수확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부모님 아이와 시장 구경할 겸 모종을 사러 갔다. 토마토, 상추, 쑥갓, 더덕, 수박, 참외, 고추, 등 모종이 다양했다. 아직은 날씨가 오락가락해 다양한 작물들은 심지 못하지만 더 따뜻해지면 열매가 달리는 채소류를 사다 심으실 예정이다.
이날은 가지와 쑥갓, 모종만 샀다. 지역마다 장날 날짜가 다르다 안동은 끝짜리가 2와 7로 끝나면 장날이다. 처음 아이와 함께 장날 구경을 갔다. 아이는 이것저것 신기해했고 사람들 속에서 무엇을 사고 판다는 것은 아이눈에 어떤 모습이었을지...
시장은.. 물건이 많지만 젊은 사람은 특히 잘 보이지 않았다. 시장보다 마트를 더 좋아한다. 주차도 잘되어있고 깨끗하고 물건을 보고 지나쳐도 내 맘대로 고르고 환불도 할 수 있는 곳이라 편한 건 사실이다.
시장에서 몰랑몰랑한 떡볶이떡과 노랗고 고소한 콩고물을 묻힌 쑥떡 흰 앙금 묻힌 쑥떡을 샀다. 왠지 봄엔 쑥떡을 먹어야 쑥떡쑥떡 해질랑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장날의 묘미는 시장서 먹는 밥.
시장기가 찾아와 짐을 차에 두고 식당을 찾아갔다. 부모님은 예전에 칼국수와 조밥을 먹으셨다고 했는데 그 옆에 보리밥식당도 있었다.
요즘 물가가 비싼 시기에 밥값을 얼마 할지 궁금했다. 설마 7~8천 원 하겠지라며 호기롭게 들어간 식당. 보리밥 식당이었다.
식당은 외관은 허름했지만 장날만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단골이 되는 그런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인테리어가 잘된 식당만 다니다 작은 식당을 찾아가니 묘한 기분도 들었다.
밖에서 기다렸고 이내 자리가 나왔다 4명이서 앉았다. 식당은 좁았지만 사람들이 먹고 가는 속도는 빨랐다. 사람들이 바뀌고 앉길 여러 차례 아이가 이쁘다며 시장에서 사 온 뻥튀기를 나눠주고 주인아저씨가 천 원 주시고 오랜 기다림에도 아이는 지치는 기색 없이 칭찬하는지 아는지 즐기며 기다렸다. 30분쯤 기다렸을까.
그날의 꽁보리밥 4천 원
보리밥 위에 콩나물 상추등이 올라왔다. 반찬은 멸치볶음과 고추 삭힌 것을 다져놓은 것 된장을 자박하게 끓인 것 그리고 고추장등이 전부였다. 아이에게 밥값은 안 받는다며 작은 그릇에 보리밥을 주셨고 상추에 밥을 비벼 먹는 아이를 보고 요즘 아이들 편식하는데 나물을 잘 먹는다며 침이 마르게 칭찬하시고 양이 많을 줄 알았는데 보리밥이라 그런지 미끈미끈 잘 넘어갔다.
마지막 화룡점정인 보리밥으로 끓인 갈색 숭늉을 내주셨고 아이도 함께 먹었다. 아이도 좋아하는지 거부하지 않고 잘 먹었다. 아이는 밥을 추가해 먹었고 주위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숭늉도 잘 먹었고 시골 어르신들 보기가 힘든데 모르는 사람들이 칭찬해 주니 기분이 좋았다.
다 먹고 나서려는 데 식당주인분께서 아이에게 2천 원 주시면서 "아이가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아이라며" 아이한테 돈 준다면서.. 애길하셨다. 아이 것은 안 받았지만 밥을 공짜로 먹은 듯 행복했다. 각박한 세상에 밥을 먹고도 돈을 주는 곳이 어디 있을까 하며 여러 생각을 했다.
한 끼 8~9천 원 하는 시대에 4천 원 밥을 먹은 그날 하루가 생소했다. 2020년에 3천 원이었다가 2021년에 천 원을 올리고 4천 원이 된 보리밥은 리필도 되었다. 나물추가도 되었고 물론 계란프라이나 바라던 단백질은 없었지만... 한 끼로는 충분했다.
4천 원을 주고 어디 밥을 먹을 수 있을지 상상이나 하겠는가.. 김밥도 한 줄 2500~3천 원이면 두줄이면 4천 원이 넘어가는데.. 갖은 나물에 보리밥까지 비벼먹으면 몸도 건강해지고 튼튼해지는 기분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식사를 하며 장 봐온 것을 주고받기도 하는 것이 시골 장날의 모습이었다. 도시의 삭막한 느낌과 확연히 달랐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연이어 사람들이 찾아왔다. 리필과 정이 있어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아닐지...
우연히 시장에서 토끼 2마리가 나와있었다. 예전부터 키워온 경험이 있던 친정엄마는 토끼를 구입하게 되었다. 맛있는 밥도 먹고 토끼라는 추억도 선물 받아 너무 기쁜 하루였다.
그날 이후 아이에게 시장의 추억은 특별했다. 시장구경 좋았지? 장날 좋았지? 하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시장은 푸근한 인심이 있는 곳, 다양한 물건 속에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 아이에게도 시장투어는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어 좋은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