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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바라기 Jul 09. 2023

김치색 물든 주황색 손톱

첫사랑을 이루어 준다는 전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더 이상 참지 못할 그리움을 가슴깊이 물들이고

수줍은 너의 고백에 내 가슴이 뜨거워

터지는 화산처럼 막을 수 없는 봉선화연정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래

봉선화라 부르리

더 이상 참지 못할 외로움에 젖은 가슴 태우네

울면서 혼자 울면서 사랑한다 말해도

무정한 너는 너를 알지 못하네

-현철 봉선화 연정-중에서 



  누구나 봉선화꽃에 대해 알고 있을까? 아님 소수일까, 흔해진 네일 속에 자연의 색을 찾아 물들인다는 것은 참으로 고귀한 시간이다. 


  한여름 태양빛이 뜨거울 때  빨간 봉선화, 하얀 봉선화, 겹봉선화 꽃잎을  따 백반을 넣고 절구에 빻았다. 새빨간 꽃잎에 붉은 끼가 돌고 물이 흥건히 생기면  손톱에 올렸다. 혼자 물들일 수 없었다. 엄마가  열손가락에 손톱에 정성껏 올려 비닐로 칭칭 감고 잤다. 비닐이 없을 땐 콩잎으로 칭칭 감고 잤다는 전설도 들려온다.  아침이 되면 손은 앞뒤로 빨간 물이 들고 목욕탕에서 오래 목욕한 것처럼  주름이 지고 퉁퉁 붓기도 했다.


   밤에는 공손히 손을 모으거나 의식해서 자야 하는, 아주 힘든 밤이었다. 많이 뒤 척인 날에는 봉선화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이불이며 옷이며 주황빛이 돌기도 했다. 손톱은 김칫물에 물들인 처럼 주황빛이 돈다. 다음날 아침 색깔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설레면서 잠을 뒤척였다.


  요즘에는 봉선화물들인 손톱을 많이 본 적이 없다.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들의 손을 보면  다양한 색감의 매니큐어와 네일, 젤리코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 봉선화의 색깔이 촌스럽기도 하고 사람의 취향의 변함에 따라  세월은 변한 보인다.  간편하게 봉선화 물들이기 키트도 나온 것을 다이소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봉선화 물들이기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어느샌가 손톱에 네일을 하거나 물들인다는 생각을 못했다. 귀찮기도 하고.. 꾸며야 하는데 필요성이 없어진 지 오래다.


아무것도 없는 허여멀건 손톱으로 다니고 있다.  아이들도 봉선화에 물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귀찮기도 하고   뒤척이기 때문에 해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못했다.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가찍은 겹봉선화,탐스럽다 


   어느 정도 손톱이 자라고 흰 반달 모양이 손톱 안쪽에서  보이면 그땐 더욱  예쁜 손톱이 보인다. 그리고 첫사랑을 이루어준다는 말은  손톱에 남은 봉선화 색이 눈오기 전이나,  크리스마스까지 남아 있다면  첫사랑을 이루어 준다고 한다. 내가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개풀 뜯어먹는 유언비어는 누가 만든(?) 창조해 낸 것인지 콧방귀가 뀌어진다.ㅋ

나만 알고 있는 허구인 듯싶다.ㅋ 그. 런. 첫. 사. 랑. 은 없는 듯 보인다.ㅋㅋ 나만 알고 있는 건지 또 다른 누군가 알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꽃이 다 지고 씨앗만 덩그러니 남을 때는 손끝만 스쳐도 톡 하며 씨앗이 알알이 떨어져 나온다. 사랑을 기다렸다는 듯이 봉선화는 씨앗을 내보여준다. 노래에도 있지만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봉선화, 그대,  한여름이면 생각나는 봉선화 연정이다. 

   이번 여름엔  주황빛으로 물든 나의 손톱을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적 추억을 소환해 보려 손톱에 1~2개 정도는 들여 보아야겠다. 봉선화 물들이기로 아이들과 여름추억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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