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아 돌아오ㅏ..........
" 엄마 이리 와봐 여기서 이상한 냄새나 "
응?
뭐가..
주방 쪽을 정리하던 아무 낌새도 못 챘다.
둘째가 왔다 갔다 하더니 여기 서서 냄새 맡아보라 했는데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응? 왜... 설마 했더니..
물건을 하나둘 정리하다 보니 정체가 드러났다.
친정엄마에게 농사지은 겨울무를 건네받고 바람이 들어갈세라 일회용 비닐로 꽁꽁 실온 보관을 잘해두고는
잘 먹지도 않으면서 곳간에 넣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무가 반쯤이나 정신이 나가 물이 흥건해져서 썩고 있었다. 주방에 내내 왔다 갔다 하면서도 냄새하나 못 맞았다는 게 남편이나 아이들이나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갑자기 왜 거길 정리하고 싶었는지. 잘 묶어놓은 탓인지 고인 물은 새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예전 친정엄마가 겨울 무농사 잘 지어 오래 먹겠다고 김냉에 넣어놓고 수분 많은 무끼리 뭉쳐 있다가 김냉에서도 수분이 떨어지면서 자기들끼리 썩어 겨울무를 못 먹었다는 설화도 있다. 그래서 다시 제주도산 무를 사 먹는 아픈 기억이 있다. 겨울무는 관리를 잘해야 한다. 바람도 안 통하게 꽁꽁 묶고 그래야 오래 먹을 수 있다는데. 엄마가 새로 싸둔 무가 괜히 걱정이 되긴 한다.
역시 마트에서 1개씩 사 먹는 것도 재미긴 한데 안 썩고 오래 먹는다는 건 참 주부로서는 힘든 과제이다.
만약 비닐로 담지 않았다면 고인 물을 닦느라 고생을 했을 텐데.. 다행인 건 무 1개가 말썽이었다 가득 찬 물주머니를 가위로 잘라 버리고 잽싸게 음쓰에 넣었다. 그 와중에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무 썩은 냄새는 응가 냄새와 비슷한데 말이다.
그랬다. 후각은 감기에 잃어버린 것이다. 목감기에 이어 코감기에 연타로 밤엔 코가 막혀 입으로 숨 쉬다 입이 말랐고 코로 숨 쉬니 코가 막혀 숨이 안 쉬어지고 콧구멍 2개에 이렇게 힘들어지는 밤인가?
아직도 훌쩍훌쩍 콧물이 흐를까 내내 핑후 핑푸 휴지에 연거푸 풀어내었다. 코푸는 소리는 뭐랄까 남들에겐 시끄럽고 더러운 나에게는 시원한 콧뚤림, 훌쩍거림이 아이들 못지않게 창피하기도 했다.
후각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입맛을 잃었다. 음식의 향기가 나지 않으니 뭘 먹어도 맛없다.
그냥 맛이 없다. 내가 이렇게 두 콧구멍이 하는 일을 무시했던가. 그 흔한 커피 향도 나지 않는... 락스냄새도 응가냄새도 피자냄새도... 후각이 돌아와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 감기가 어서 낫길 기도하는 밤이다..
* 겨울무 보관법 팁*
검색마다 차이점이 있는 데 우리 집은 이렇게 보관했다.
1. 무청이 있는 끝을 2센티 자르고 도톰한 봉투에 넣어서 봉투 속에 들어간 공기를 빼주고 봉투 입구를 돌돌 밀어서 꽁꽁 묶어준다.
2.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뚜껑 닫아 얼지 않게 보관한다
** 겨울 무 많이 먹고 감기 이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