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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요일 Nov 24. 2022

무례함을 뽐내지 않았음 좋겠어

D-408

  더 이상 내게 무례함을 뽐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째서 혀에서 자꾸만 낱말들이 미끄러지는지. 천천히 내려오는 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인지. 왜 너는 자꾸만 내게 무례함이라는 장기를 뽐내는지. 나는 도통 모르겠어. 물론 나도 미끄러질 때가 있지. 분명히 있겠지. 나도 급할 때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너는 몇 번이고 미끄러짐을 반복해. 대체 뭐가 그리 급한 걸까. 어째서 너는 네 치부를 내게 계속해서 드러내는 걸까. 급하게 미끄러지면서 슬며시 보이는 너의 속살은 너무도 흑색을 띠고 있어. 조금이라도 그것을 남에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은 해봤니. 왜 계속해서 너는 천천히 내려오는 법을 까먹는 걸까. 너의 혀는 어째서 그러한 불쾌한 미끄러움을 꾸준히 유지하는 걸까. 네가 만들어 낸 낱말들도 그걸 원할 것 같진 않아. 원하지 않는 순간에 미끄러지면서 네 입 밖으로 내뱉어지고 싶진 않을 것 같으니까. 죄 없는 낱말들에 미안한 감정이 들지도 않니. 어째서 내게 날카로운 가시로 다가오는 건지. 네 덕분에 내가 적개심에 찌들어 버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는지. 결여된 인간성에 더욱더 나약해지는 내가 싫을뿐더러, 나를 이렇게 만드는 네게도 썩 좋지 않은 감정이 들 수밖에 없어. 물론 나의 혓바닥도 너만큼 번드러움을 가졌을지 모르지만, 너보다는 미끄러움에 그리 자주 휘말려 들지는 않는 듯해. 나의 혀는 항상 경계를 유지하니까, 미끄러움에 대해서 함부로 굴지 않고 조심히 대하니까. 그러나 자꾸만 무례하게 덤비는, 몹시 약삭빠른 네 혀에서 굴러 나오는 낱말들은 나를 다치게 해. 그나마 네가 뽐낼 수 있는 장기가 그것뿐인지 몰라도, 더 이상 남에게 내세우지 않았으면 해. 나는 네 아픈 장기를 들춰볼 겨를이 없어. 그럴 자격도 없을뿐더러 나는 너를 고쳐줄 수 없어. 하물며 너의 그 썩어빠진 장기는 남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스스로 고치는 수밖에 없어. 여태까지 무증상이었을지 몰라도 이젠 그 아픔을 스스로 찾고 꿰매야만 해. 응원할게. 네가 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아. 나는 지금껏 너의 아픈 낱말들을 잘 받아주었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보듬어 주기도 했어. 하지만 이제는 나도 너의 미끄러움에 지쳐버렸기에, 저절로 밀려 나가는 혓바닥 위 낱말들을 너는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 거침없는 너의 혀와 낱말들이, 남들 또한 너를 거침없이 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뿐이라는 것을 깨닫길 바랄게. 그러니까 이제는 그만 내게 무례함을 뽐냈으면 좋겠다. 멀리서 응원할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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