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4
“아, 엄마 보고 싶어. 나 엄마 진짜 좋아하거든.”
밤 열 시가 되자 새까만 천장이 내 눈을 가렸고, 바로 옆 침대에서는 농축된 문장 하나가 튀어 오르며 어둠을 자르고 있었다.
“엄마를 좋아한다, 아빠도 아니고 엄마를 좋아한다, 엄마를 진짜 좋아한다, 잉, 엄마를 진짜 좋아해서 지금 엄마가 보고 싶다고?”
옆에서 돌멩이 하나가 날라와 내 뇌를 정확히 맞춘 느낌이었다.
“나 엄마 진짜 좋아해. 그래서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다시 들어봐도 그 문장에는 틀림없이 하트가 존재했다. 분명히 새빨간 하트가 검은색의 방을 흠집 내고 있던 것이었다.
“그럴 수가 있구나. 엄마를 진짜 좋아할 수가 있구나. 아니, 좋아하는 것은 응당 그러한데, 그걸 발설할 수가 있는 거구나.”
참으로 듣기 어색했다. 엄마를 ‘진짜’ 좋아한다니. 아니, 그 문장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것이었다니. ‘엄마를 진짜 좋아해서, 엄마가 보고 싶다’라는 그 말이 반인반수의 울음소리처럼 뭔가가 잘못 섞인 듯이 귀에 거슬렸다. 단 한 번도 꺼내 본 적 없는 오묘한 조합의 문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엄마를 싫어하는 게 아닌데, 분명 나도 엄마를 좋아하는 자식인데, 그 감정이 눈앞에 형상화되는 것은 기어코 스스로가 원치 않는 걸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뱉어본 적이 없으니, 사실 어쩌면 부정일 수도 있음을 우주가 몰래 속삭이고 있는 걸까.
정말 혼란스러웠다. 분명 나도 보고 싶은 것은 맞지만, 그 정도의 과한 애정이 내 머릿속을 떠돌지는 않았기에, 그 찰나의 순간에도 아빠와 엄마의 얼굴을 허공에 두고 저울질하던 나였기에, 그저 옆 침대에서 삐져나온 문장이 부러울 뿐이었다. 어째서 난 죽어도 부사를 그 앞에 붙이지 못하는 걸까. 엄마가 분명 좋은데, 왜 난 어둠 속에서 장거리 입맞춤을 하지 못하는 걸까. 틀림없이 혼란스러운 오후 열 시였다.
그러고는 옆 침대와 한동안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윽고 내가 꺼낸 말은 천장을 뚫고 나갈 만큼 날카롭게 어둠을 갈랐다.
“난 엄마를 진짜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 아니, 아니다. 그냥 모르겠어. 잘못 말했다.”
새까만 천장은 끝내 그 문장을 내 얼굴 위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내가 뱉은 문장의 악센트는 ‘진짜’였다. 내가 살면서 ‘진짜’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썼을까. 분명히 수천수만 번은 썼겠지. 그런데 어째서 ‘부모’와 ‘좋아한다’라는 서술어 사이에는 어울려 놀지 못하게 했을까. 의문에 휩싸인 나머지 천장에는 물음표 여러 개가 달라붙고 있었다.
그러나 옆 침대는 계속해서 예쁜 기억을 빌려 그 이유를 쏟아내는 중이었다.
“그래 부모를 좋아하는 것은 응당 그러한데, 문장이 너무 어색할 뿐이야.”
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옆 침대도 삐져나온 문장을 다시 입속으로 숨겼고, 그 안은 곧 빨갛게 부풀 것만 같았다. 곧바로 잠에 빠지지 않으면, 그 그리움이 크게 터져 온 사방이 좀비처럼 저마다의 피붙이를 찾을 것만 같은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꿈으로 그녀를 불러내기로 약속하고, 각자의 힘없는 두 눈을 꽉 감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