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5
넌 철썩거리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어
어쩌면 모래틈에 낀 유리 조각을
주으려는 것일 수도 있겠지
짧은 바지와 시원한 옷 가락을 걸쳤지만
바닷물에 젖는 것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어
당장이라도 물에 들어갈 것 같은 옷을 입고
넌 그저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지
다음 파도는 여기까지 안 오겠지라고
안심한 채로 말이야
한참을 바라보다
넌 고개를 돌리고
더 먼 곳에서 파도를 바라보았어
시간이 지나고 너를 찾았을 땐
파도가 오지 않는 언덕에서
먼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어
마치 파도에게 상처를 입었지만
바다를 사랑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말이야
난 그때 우리가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므흣한 생각이 들었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