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와 철이

by 조헌주



청산의 깊은 뿌리 머리에는 이제 꽃이 피지 않아도 좋다 억년 세월 흐르는 바람에 물방울 하나 맺힐 자리가 없다 사사로운 마음 전혀 없이 멈춘 것은 멈추어 있고 흐르는 것은 다만 흐를 뿐 천년 전 선인先人이 바라보던 머리 끄트머리를 다시 보니 산은 낮아지려 사람은 오르려고만 한다 올랐던 사람은 다시 내려갔고 산은 조금 내려앉았을 뿐 무엇을 남기려고 했을까 바람만이 오고가는 산 정상에 사람은 어디 가고 세월만이 퇴적된 곳

저 낮은 땅 한 줌 흙 되어 한적한 오솔길에 빛 고운 산딸기 한 줄기 피어나면 너는 발아래 나풀거리고 순이 철이는 다시 사랑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