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편지

by 조헌주



끊임없이 부딪치고도 다시 돌아오는 저 물결은 무엇을 부수려 하는가

한없이 물결을 받아 안고 포말을 만드는 나는 무엇을 부수고 있는가

시간보다도 오래된 태고의 이 몸짓은 한순간도 쉬지 않았으리라

밀려가는 물결이 곱게 다져 놓은 은빛 모래 위에 다시 발자국을 내는

연인들의 사랑 또한 한순간도 쉬지 않았으리라

파도는 오늘도 아쉬운 추억들을 끊임없이 지우고는

새로 다시 쓰라고 해안가를 따라 긴 여백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