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엑조틱 파라이소92 레드 버번 DAN Dec.

스페셜티 커피 에세이 시리즈 # 10

by Grey



시리즈의 열 번째 커피입니다.




콜롬비아 엑조틱 파라이소92 레드 버번 더블 애너로빅 퍼먼테이션 디카프 프롬 파라다이스

(Colombia EXOTIC Paraiso92 Red Bourbon Double Anaerobic Fermentation Decaf from paradise)




Variety: Red Bourbon



Dripper: Origami



Process: Double Anaerobic Fermentation + Sugarcane EA Decaf




Note: Fresh Strawberry, Peach, Nectarine, Yellow Mango, Flat White, Milky




Information:




5m 11s

93℃

백산수



20g

pour 320g

Ratio 1:16



TDS: 1.22

EY: 19.52


[21 - 31 ℃ 구간에서 최소 30회 이상 측정한 평균 값]




Grinding size(㎛): 998.20 - 1,109.96 ㎛





Review:



윌튼 베니테즈Wilton Benitez가 운영하는 콜롬비아 카우카의 그랑하 파라이소92 농장에서 생산한 이중 무산소 발효 그리고 디카페인 프로세싱 커피입니다.


레드 버번 품종으로 Double Anaerobic Fermentation과 Thermo Shock Processing을 마친 후, EA(에틸 아세테이트)를 이용한 Sugar Cane EA Dcaf Process로 디카페인 처리를 거쳤습니다.


이중 무산소 발효는 말 그대로 두 번의 무산소 발효 과정을 거친 커피로 수확한 체리를 살균한 상태에서 한 번, 이후에 펄핑을 거친 후 뮤실리지가 있는 상태에서 오존수를 주입하여 살균 프로파일에 따라 미생물을 추가하여 2차 발효를 시작합니다. 이후 온도 차이를 이용한 열 충격 방식으로 생두를 두 번 세척하며 35℃의 온도에서 수분 밀도가 11%가 될 때까지 건조를 진행합니다.


EA 디카프 프로세싱은 사탕수수와 EA를 이용한 프로세싱 형태로 자연적인 재료를 이용하여 카페인을 따로 분리하는 프로세싱입니다. 카페인을 제거할 대상 생두에 30분간 스팀 작업을 통해 생두 내부의 다공질 구조를 활성화시킵니다. 이후 사탕수수 발효를 통해 추출된 물과 에틸 아세테이트 용액을 넣습니다. 만들어진 EA 용액에 생두를 넣으면 엽록산의 염분과 결합되어 카페인을 따로 추출해낼 수 있게 됩니다. 생두과 포화 상태가 되면 탱크 내의 용액을 비우고 신선한 용액을 주입합니다. 이 과정은 약 8시간이 소요됩니다. 마지막으로 저압 스팀 작업을 통해 잔여물을 씻어낸 후, 건조를 통해 디카페인 생두로서 유통됩니다.


파라이소92 농장은 자체적으로 미생물 배양 실험실과 품질 체크 실험실 및 프로세싱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장 이름에 있는 92는 자신들의 농장에서는 항상 92점 이상의 커피만을 생산하고 추구하겠다는 신념을 의미합니다.


이번 커피를 다루기 전에도 파라이소92의 커피를 여러 차례 경험한 적이 있는데 추출 데이터와 관능적 평가 모두 무산소 발효 커피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기억입니다.


특히나 파라이소 92의 망고 펀치 게이샤와 핑크 버번 로즈 부케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무산소 발효 프로세싱의 최대 장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향미의 명확성과 풍부한 아로마, 뛰어난 바디감 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습니다.


파라이소92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연관으로 등장하는 메이저 무산소 발효 프로세싱 농장이 있는데 바로 엘 파라이소 El Paraiso입니다.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진 두 농장은 종종 동일한 농장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엘 파라이소는 주로 접근성이 좋은 가격대의 중저가 커피 품종을 사용해 다양한 프로세싱으로 향미의

명확성과 스펙트럼을 높이는 것에 주력합니다.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로스터리나 일반 로스터들이 어렵지 않게 소비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도 한때 매우 대중적으로 소비되었던 커피 농장이기도 합니다.


무산소 발효 커피가 국내 스페셜티 커피업계에 처음 등장할 무렵, 엘 파라이소의 커피에서 프로필렌글리콜이 검출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추측으로 품질이 낮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가향(Infused) 커피를 만든다며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는데 프로필렌글리콜(이하 PG)은 생각보다 역할은 F&B 산업에서 상당히 넓게 쓰입니다.


PG는 무색무취의 점성이 있는 액체로서 식품뿐만 아니라 의약품, 화장품 등에도 널리 사용되는 첨가물이며 FDA 및 유럽 식품 안전청에서 식음료 안전 승인을 받은 성분입니다.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서 이 성분이 유독 민감했던 이유는 PG가 단순 식품 보존제의 역할이 아닌 가향 커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용매의 역할을 하며 특정 향미 분자를 커피 생두에 보다 효과적으로 결합하기 위한 미생물의 부스터 같은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가 가진 고유의 속성을 위배한다는 의견, 첨가물을 활용한 커피의 가치와 인위성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향 커피 외의 무산소 발효나 기타 프로세싱에서 보조제 정도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저품질의 생두를 사용한 가향 커피와 고가 품종인 워시드 내추럴 프로세싱 커피 사이의 괴리가 생겨 전반적인 시장 구조에 대한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커피를 제외한 거의 모든 F&B 산업에서 가향과 원료 이외에 무언가를 섞는 블랜드 제품을 만들며(IPA 맥주, 말린 과일이 들어간 가향 차와 같은) 카테고리를 더욱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 산업 또한 가향 커피를 하나의 장르로서 빠르게 받아들이고 가격 책정에 대한 권한을 손에 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추출한 파라이소92는 게이샤, 수단루메를 포함한 상대적으로 고가의 인기 품종을 이용하여 독자적인 미생물 프로세싱과 써멀 쇼크 프로세싱 등을 통해 실험적인 프로세싱 연구를 진행하는 커피 연구소입니다.


다양한 미생물과 효모 등을 사용한 프로세싱을 연구하며 新 커피 프로세싱의 선구자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농장입니다.


매년 리서치 목적으로 엘 파라이소와 파라이소92의 새로운 라인업을 경험하려고 노력 중인데 해를 거듭하며 이들의 프로세싱 테크닉이 매우 큰 폭으로 성장하고 안정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는 발전은 얼마나 인위적이지 않느냐, 얼마나 과하지 않게 이들이 의도한 과일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드러나느냐입니다.


작년 하반기 엘 파라이소 커피를 다루며 꽤나 놀란 적이 있습니다.

콜롬비아의 클래식한 버번 품종에서 느낄 만한 Red Fruity 노트들이 정말 자연스럽게 그러나 선명하게 느껴졌고 클린 컵을 느낄 수 있는 지경이었습니다.


오늘 이 파라이소 92의 커피 또한 자신이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미분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다른 무산소, Decaf 커피들에 비하여 투수성이 상당히 낮은 편이었고 필자의 평균 추출 시간보다 훨씬 더 길어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5분 10초가 넘는 추출 시간 탓에 정상적인 칼리브레이션이 가능할까 싶은 의문이 들었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필자가 여태 경험한 무산소 커피 중 가장 자연스럽고 선명한 캐릭터를 보여주었으며 의도와 추구하는 바가 명확했습니다.


캐릭터의 명확성 뿐만 아니라 질감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는데 마치 베리 향이 짙은 잘 추출된 에스프레소로 만든 플랫 화이트를 마시는 듯한 질감이었고 신선한 딸기와 라즈베리의 기분 좋은 산미 톤, 뒤를 잇는 농밀한 복숭아와 망고의 단맛 그리고 밀키 한 애프터가 너무나 인상 적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긴 추출 시간에도 부정적인 노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높은 품질의 생두와 매우 철저하게 통제된 프로세싱 과정을 거쳤다는 반증입니다.


곧바로 ICE 버전으로 한 잔을 더 추출했는데 황도와 넥타린을 섞은 듯한 특유의 산미가 더욱 선명해지고 따뜻한 상태에서 밀키 하게 느껴졌던 질감이 쥬시 한 과일의 질감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칼리브레이션을 마치면서 ‘ 이제 어디 가서 무산소 발효 안 좋아한다고 못하겠는데? ‘ 라는 생각이 들었고 초창기 업계를 타격했던 무산소 발효 커피들의 거부감 강한 과발효 뉘앙스는 이제는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뭐든 하면 발전하고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이룬 작은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 나은 방향성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엘 파라이소와 파라이소92에게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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