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 에세이 시리즈 # 12
시리즈의 열두 번째 커피입니다.
콜롬비아 엘 디비소 아지 버번 내추럴
(Colombia El Diviso Aji Bourbon Natural)
Variety: Aji Bourbon
Dripper: Hario Switch Pour Over
Process: Natural
Note: Tropical Fruit, Mango Purée, Fruit Syrup, Cantaloupe Melon, Hibiscus, Complexity
Information:
2m 32s
93℃
3M 정수필터
20g
pour 320g
Ratio 1:16
TDS: 1.30
EY: 20.8
[21 - 31 ℃ 구간에서 최소 30회 이상 측정한 평균 값]
Grinding size(㎛): 821,81 - 999.43 ㎛
Review:
콜롬비아 엘 디비소 농장의 아지 버번 내추럴입니다.
직전의 엘 디비소 카투라 치로소를 기점으로 이번 시리즈에서 총 네 가지의 엘 디비소 커피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모두 내추럴 프로세싱을 거친 커피이지만 품종마다 다른 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는 엘 디비소 농장답게 세부적인 가공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아지 버번은 아주 최근에 알려진 품종 중 하나입니다.
콜롬비아 우일라 주의 브루셀라스 마을에서 발견된 이 커피에 대한 의문을 밝히고자 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에서는 RD2 Vision에 의뢰하여 아지 버번의 유전자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아지 버번의 뿌리는 버번 품종이 아니며 World Coffee Reserch에서도 알려진 바 없는 새로운 계열의 에티오피아 랜드레이스(Landrace) 품종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 랜드레이스에 속하는 품종들은 높은 컵 퀄리티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지 버번은 스페셜티 커피에 새로운 바람이 될 예정입니다.
Ají는 스페인어로 ‘Chili’를 의미하는데 그 이유로 영미권 국가에서는 Chili Bourbon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커피 체리의 점액질에서 칠리 계열의 매운 향과 맛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엘 디비소에서는 독창적인 프로세싱 외에도 광범위한 품종들을 재배하고 기록하기 때문에 아지 버번 품종 또한 그 컬렉션에 속하기 충분한 매력을 가진 품종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2024 WBC 챔피언인 미카엘 자신(Mikael Jasin)은 엘 디비소 농장의 아지 버번을 사용하여 우승을 거두었습니다.
이처럼 특별한 엘 디비소 농장의 아지 버번은 다음과 같은 프로세싱 과정을 거칩니다.
수확 및 선별 단계에서 잘 익은 체리를 수확한 후 플로팅 체리를 골라내어 1차적으로 결함이 있는 체리를 선별하게 되며 염소산염을 이용한 세척을 진행합니다.
이후 체리를 개방된 탱크에서 48시간 동안 산화 시켜 과육의 프루티 한 향미를 증폭시킨 뒤 산소가 차단된 혐기성 환경의 바이오리액터에서 36시간 동안 17 - 20°C의 온도에서 2차 발효, 마지막으로 발효 과정에서 나온 커피 체리의 액체인 모스토를 추가로 넣어 17 - 23°C의 환경에서 3차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후 카투라 치로소 품종과 동일하게 써멀 쇼크를 가해 발효 과정을 마무리합니다.
발효 과정이 끝난 커피들은 엘 디비소 농장에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건조 장비를 이용하여 커피 내 수분 함량이 10 - 11%에 도달할 때까지 건조를 진행합니다.
아지 버번은 열대과일을 베어 문 듯한 달콤함이 인상적인 커피입니다.
망고와 멜론, 패션프룻의 산미를 바탕으로 쥬시 한 질감과 플로럴 한 아로마를 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커피입니다.
Hario Switch를 Pour Over 형태로 추출했습니다.
Bloom 단계에서 스위치를 닫아, 보다 일관적인 추출이 가능하도록 입자 속 성분을 활성화시켰는데 이는 단순히 여과식 드리퍼를 이용한 추출에서는 만들어내기 어려운 형태입니다.
적용한 이론은 콘 형태의 드리퍼와 플랫 바텀 형태의 드리퍼를 사용할 때의 각 장단점을 활용한 형태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확산과 이류의 비율을 적절히 조합한 방식입니다.
1차 추출부터는 스위치를 열고 일반적인 푸어 오버, 스위치 레버의 개폐가 아닌 V60만을 활용한 추출을 진행하였습니다.
추출된 커피는 예상보다 높은 TDS를 마크했는데 평균 추출 데이터보다 작은 분쇄도, 다른 PPM의 추출수를 사용한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음용을 위한 컵을 추출할 경우 호기성, 혐기성 발효가 모두 사용된 프로세싱에 적합한 세팅과 레시피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커피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 많은 캐릭터와 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하기 위한 추출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추출된 컵의 밸런스 등을 평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커피는 매우 특별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출신인 미카엘 자신이 왜 이 커피를 매력적으로 느꼈고 대회에 사용했는지 이해가 되는 듯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커피는 특유의 떼루아와 함께 펑키 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엘 디비소의 아지 버번에서 마치 잘 다듬어진 세련된 인도네시아의 커피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징적으로 선명한 망고의 단맛, 망고를 오랜 시간 졸여 퓨레의 형태로 만들었을 때 느껴지는 플레이버를 경험할 수 있었고 이는 가공된 과일의 단맛으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칸달로프 멜론(주홍빛을 띄는 멜론 품종)의 신선하면서도 진득한 단맛과 트로피컬 한 뉘앙스가 폭발적으로 다가옵니다.
단맛과 함께 독특한 산미 톤을 지니고 있는데 과일에서 나타나는 산(Acid)이 아닌 히비스커스와 같은 샤프한 산미와 유사했습니다.
사실 평균적인 수치보다 분명 과다 추출된 뉘앙스를 가진 컵이었지만 마치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2D로 재생하는 듯한 맛의 전개였습니다.
선명하고 구조적인 느낌을 원본을 가지고 있으나 이것을 출력하는 장치의 성능이 미치지 못해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듯한 부분이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추출 세팅으로 충분히 상쇄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아지 버번이라는 비교적 신품종에 속하는 커피를 경험할 수 있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이 매력적인 버번 품종을 반드시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